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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천지교회 관련 시설 잇따라 없애

입력 | 2020-06-25 03:00:00

선교센터-모임방-문화센터 등 44개 시설 가운데 7곳 사라져
“자산보전 위해 발빠른 행보” 추측도




23일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예수교 관련 시설에서 작업자들이 내부 집기를 옮기고 있다. 신천지예수교는 대구시의 시설 폐쇄 조치 기간이 길어지자 임대료 손실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최근 해당 시설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독자 제공

23일 오후 1시경 대구 남구 대명동 5층 규모의 상가 건물 2층 출입문에는 대구시가 부착한 폐쇄 명령 스티커 가운데 절반이 뜯겨 있었다. 이곳은 올해 2월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육장으로 활용된 A선교센터다.

대구시는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자 2월 18일부터 A선교센터를 포함해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과 지역 곳곳에 있는 관련 시설 44곳을 폐쇄 조치했다. 19일 신천지는 A선교센터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내부 집기를 들어내면서 4개월 동안 붙어 있던 폐쇄 명령 스티커도 뜯겼다. 건물 주인은 “A선교센터는 2층에 10년 이상 월세로 있었는데 신천지 시설로 밝혀지면서 다른 임차인들의 반발이 심해 빨리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천지가 대구 곳곳에 선교센터 등으로 사용하던 관련 시설을 없애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을 임차해서 사용해 왔는데 대구시의 폐쇄 조치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용 손실이 커지고 있어서다. 그동안 시설 용도를 숨기며 이용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체가 드러나면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 것도 주요 요인이다.

24일 대구시와 신천지 측에 따르면 대구지역 신천지 선교센터와 복음방, 모임방, 문화센터 등 관련 시설 44곳 가운데 7곳이 사라졌다. 신천지 관계자는 “2월 대구시의 폐쇄 조치 이후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임차료 손해만 보고 있다. 추후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예고되는 등 폐쇄 조치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 비용 손실을 막기 위해 남은 시설도 없앨 계획”이라 말했다.

신천지는 그동안 시설을 빌려 사용하면서 시설당 보통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 정도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44개 시설의 보증금과 월마다 지급하는 임차료를 합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때문에 신천지가 최근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대구시의 10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천지는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중구 선교센터를 없앤 뒤로 9일부터 23일까지 2주 만에 시설 6곳을 추가로 없앤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달 둘째 주는 대구시가 소송 제기에 앞서 신천지 재산 동결을 위해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과 이만희 총회장의 예금 채권에 가압류 신청을 낸 시점이다. 신천지가 자산 보전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신천지는 없앤 시설을 대신해 새로운 공간을 임차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천지 관계자는 “시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다른 공간을 임차할 계획은 없다. 폐지 시설에서 빼낸 집기는 기부하거나 중고로 판매하는 등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신천지가 시설을 없애고 받은 보증금 등에 대한 가압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신천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정해용 대구시 소송추진단장은 “시설 보증금 등은 금액 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우선 가압류한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과 이 총회장의 예금 채권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추가 가압류와 피해 보상액 재산정 여부는 변호인단과 검토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