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 통해 경고
성장률, 부채 증가속도 못 따라가
코로나 충격, 연말까지 이어지면 기업 자금부족 규모 최대 54조
“적극 지원으로 대규모 부실 막아야”

○ 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 한참 앞질러
이날 한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1∼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1611조3000억 원, 기업대출은 1229조200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6%, 11.6% 확대됐다. 이에 따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문 부채 비율은 201.1%로 사상 처음으로 GDP의 두 배를 넘었다. 문제는 속도다. 분기별 GDP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민간 부채 증가율보다 높았던 건 2014년 2분기(4∼6월)가 마지막이다. 지난해 분기별 GDP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며 그 격차는 더 벌어졌으며, 올해 1분기에는 GDP 성장률이 1.0%에 그쳤지만 대출 증가율은 7.6%에 달했다. 부채 증가 속도를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사상 최대인 163.1%로 늘어났다.
한은은 “고용안정 대책을 추진하면서 정책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지원 정책의 연장 및 확대 등 대응 수준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기업 유동성 부족 최대 54조4000억 원… 채무 부실화 우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대응 주문도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내수의 경우 2분기(4∼6월), 수출은 3분기(7∼9월)까지 이어진다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자금 부족 규모가 30조9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까지 코로나19 충격이 계속되면 유동성 부족액이 최대 54조4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기업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2019년 4.8%에서 올해 1.6∼2.2%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은은 “당국의 시장 안정화 노력으로 차환율(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 차입금을 연장한 비율)이 상승하면 유동성 부족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며 “적절한 자금 지원으로 대규모 부실화 우려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월 한은이 금융안정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산출하는 금융안정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위기’(22.3) 단계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며 ‘주의’(18.0) 단계로 내려왔다. 한은은 정책 대응 덕분에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과 유동성 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만큼 당장 금융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하지만 충격이 장기화되면 가계와 기업에 공급된 빚이 부실화하면서 금융기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