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10·끝> 건축사무소 BARE 전진홍-최윤희 소장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건축사무소 BARE의 전진홍 최윤희 소장은 “공간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이가 건축가”라는 비트루비우스의 정의를 실증하는 이들이다. 2014년 설립한 BARE는 건물 짓기가 아닌 건축 전시, 파빌리온 작업, 도시공간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이 품은 방대한 역할과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사무소 설립 초기에 상업적 공간 작업 의뢰가 꽤 들어왔다. 우리가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지, 세상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 정하지 않은 채 외부 요구에 따라 일해도 괜찮을지 고민이 됐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지금 아니면 실행하기 어려울 일부터 하기로 했다.”(전)
두 사람이 2005년 영국 건축학교 AA스쿨에서 함께 작업한 목재 교각 설치 프로젝트가 지향점을 찾는 실마리가 됐다. 그럴싸한 디자인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벌목한 자재를 다듬어 시공하고 전 과정에 대한 연구 자료를 전시한 작업. 건축물이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는 ‘생의 주기’를 돌아보는 경험이 됐다.
접었다 폈다 변형 구조물 2019년 서울 아르코미술관에 전시한 영상환경 프로젝트 ‘꿈 세포’(위 사진). 2018년 이탈리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한국관에 설치했던 구조체(아래 사진)를 그대로 접어 가져와서 공간에 맞게 변형시켜 다시 펼친 것이다. 커다란 벌집처럼 전시실을 가득 채운 구조체를 가로 40cm 세로 70cm 크기의 두툼한 직육면체로 접어 여행용 가방에 넣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김경태
2018년 이탈리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한국관에 선보인 ‘꿈 세포’는 직물 구조체를 접어서 들고 다니다가 펼쳐내 주어진 공간에 맞춰 적절히 변형시켜 적용할 수 있는 공간 설치 프로젝트다.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개작인 ‘루핑 시티’에서는 서울 세운상가의 수공업 부산물을 수거하는 로봇 운용 시스템을 제안하고 폐기물 재질에 따른 분류 수집이 가능한 로봇을 제작했다. 2014년 ‘도킹 시티’를 통해서는 서울 이태원의 좁고 가파른 샛길을 이동할 수 있는 지역친화형 개인이동수단을 만들어 보였다.
서울 을지로 일대의 제조업과 재활용산업 네트워크를 조명한 연구프로젝트 ‘루핑 시티’를 위해 제작한 폐기물 수거로봇 ‘튜보’. 감지센서를 적용해 재질별로 폐기물을 분류한다. ⓒ배한솔
“건축가는 대체로 생산자임을 자부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엄청난 폐기물을 자꾸 지구에 떠안기는 파괴자로 볼 거다. 현대건축은 오랫동안 건물의 멋진 형태, 공간의 효율적 활용에만 열중했다. 우리는 그런 흐름을 거스르고 싶었다.”
두 사람은 명함에 사무소명 BARE(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의 한글 표기를 ‘바래’로 해놓았다. 최 소장은 “사람들의 수많은 ‘바람’을 잘 조율해내는 건축을 구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로봇이나 이동장비를 제작할 때 모든 부속은 일일이 적합한 기술자를 찾아내 의뢰한다. 다양한 분야의 결과물을 통합하는 것이 우리의 작업이다. 규모만 키우면, 건물 짓는 작업과 똑같은 일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