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北 김영철, 군사행동 ‘재고 가능’ 경고…강온양면술 압박

입력 | 2020-06-25 11:05:00

정경두 "北군사행동 완전 철회돼야" 발언에 신속 반응
김영철 "실언 탓에 위기 와서야…현명하게 처신하라"
'다시 긴장국면 조성할 수 있다' 경고…상황관리 주문
"南 태도 따라 관계 전망" 유화 의지 내비쳤단 해석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북한 군사행동 완전 철회’ 발언에 대해 “대단히 큰 유감”이라며 자중하라고 경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밤 발표한 담화에서 정 장관을 향해 “도가 넘는 실언을 한데 대해 매우 경박한 처사였다는 것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장관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지금 현재 북한에서 이것(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다고 했는데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김 부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북남관계 전망에 대해 점쳐볼 수 있는 시점에 남조선 국방부 장관이 기회를 틈타 체면을 세우는데 급급하며 불필요한 허세성 목소리를 내는 경박하고 우매한 행동을 한데 대해 대단히 큰 유감을 표하지 않을수 없다”고 했다.

이어 “조선반도(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는 일방의 자제와 선의적인 행동의 결과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으며 호상(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초한 쌍방의 노력과 인내에 의해서만 비로소 지켜지고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언제인가 우리는 이번과 유사한 남조선 국방부의 분별없는 언동을 놓고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어댄다고 평한 적이 있었다”며 “우리가 공식적인 대남 입장 발표에서 다시 이런 험한 표현들을 쓰지 않도록 하려면 현명하게 사고하고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협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이라며 “남조선 국방부의 때 없는 실언 탓에 북남관계에서 더 큰 위기상황이 오지 말아야 한다. 자중이 위기 극복의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부위원장의 담화는 정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지 12시간도 되지 않아 발표돼 신속하게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은 보류됐지만 남측이 북한을 자극할 경우 다시 긴장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는 강온양면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를 기점으로 대남 강경 자세로 돌변하고 판문점선언에서 중단키로 합의한 삐라(전단)와 확성기를 다시 꺼내들 조짐을 보이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의 승인을 보류함으로써 대남 강경 행보는 돌연 기류를 바꿨다.

총참모부가 예고한 ▲금강산·개성공단 군부대 전개 ▲비무장지대 철수 민경초소(GP) 재진출 ▲1호 전투근무체계 격상 및 접경지역 훈련 재개 ▲대남 삐라(전단) 살포 투쟁 지원은 잠정 중단됐고, 지난 22일부터 접경지역에 설치하던 대남 확성기도 철거했다.

김 부위원장이 이 같은 일시적 긴장 완화 국면에서 정 장관 발언을 빌미로 대남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은 대남 긴장 수위를 다시 높이지 않도록 남측이 상황 관리를 하라는 압박 성격으로 풀이된다. 남북간 냉각기도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남측의 태도에 따라 남북관계 전망을 점쳐볼 수 있는 시점”이라는 담화 내용이 남북관계에 여지를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남측의 대북전단 금지 입법 등 관계 개선 노력을 지켜보면서 물밑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