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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리수능 막으려면 지문인식 기술 필요”

입력 | 2020-06-26 03:00:00

당시 감독 교사들 경찰 조사서 밝혀
“육안만으론 신분 확인에 한계… QR코드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을”



동아일보 DB


‘대리 수능’ 사건이 적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장 감독관들이 “수험생 본인 확인 절차에 한계가 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올해 수능도 비슷한 방식의 확인 절차를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수능 시험장을 감독한 교사 9명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4일 같은 부대 선임인 A 씨(23)를 대신해 후임병 B 씨(20)가 시험을 치를 동안 감독 업무를 수행했다. B 씨는 A 씨의 얼굴 사진이 붙은 수험표로 시험을 치렀지만 본인 확인 절차에서 적발되지 않았다.

수험생 본인 확인을 담당한 제1감독관 4명은 “감독관의 육안만으로 응시원서, 수험표와 신분증의 얼굴 사진과 책상에 앉은 수험생 얼굴을 대조해 완벽히 식별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들은 “원칙상 원서 접수 때 최근 6개월 이내 사진을 제출해야 하지만, 시험장에서 제출한 사진이 본인임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감독관은 “시험 당일 안경을 썼거나 화장한 학생이 많아 식별이 어렵다”고 했으며, 다른 감독관도 “심지어 가발을 쓰거나 머리스타일이 달라진 경우도 흔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감독관들은 “의심이 들어도 수험생에게 다가가 원칙대로 확인하려 했다가는 해당 학생이 ‘감독관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며 민원을 제기할 수 있어 위축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문인식 기술이나 폐쇄회로(CC)TV를 도입해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능 설계 당시 대리시험이 있을 거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좌석을 어떻게 배치해야 커닝을 막을 수 있을지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수능을 설계해 1993년 시행을 주도했다. 박 교수는 “QR코드나 지문인식 등 기술을 활용해 미비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교육부 대입정책과는 올해 12월 3일로 예정된 수능 시행계획을 세우며 부정행위 방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관의 육안에 기댄 기존 방식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문인식 등 기술 도입도 검토했지만 비용 문제 등이 있어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각 시험장 정원을 줄이는 게 현재로선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