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간 규제 샌드박스 선정 앱-전화로 진료후 처방전 발급… 국내서 대리수령하거나 현지 주문 ‘반쪽’ 비판… 의협선 “실효성 없다”
정부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를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시키며 원격진료에 첫발을 뗐다. 전화와 화상,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의사의 진료와 처방전 발급까지 가능하게 됐지만 재외국민만을 대상으로 한정하면서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규제개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20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 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첫 민간 샌드박스로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등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가 2년간 임시 허가를 받아 진행한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환자 간 진단 및 처방 등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는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와 제휴한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는 허용된 것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연일 늘어나자 현지 국내 건설사를 중심으로 재외국민만이라도 비대면 진료를 허가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진료비가 비싼 미국 등에서는 유학생들이 코로나19보다 ‘진료비 폭탄’이 두려워 병원을 가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임시 허가가 의료법 개정을 두고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을 우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달 초 발표된 ‘한국판 뉴딜’에서도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원격의료의 큰 방향이 제시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아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규제 샌드박스로도 재외국민만 비대면 진료의 대상이 되면서 원격의료 업계에서는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는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 상황에서 해외 동포나 재외국민의 건강이 염려된다면 외교적으로 각 나라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조를 요청해 그 나라에서 제대로 진료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허동준 hungry@donga.com / 세종=최혜령 / 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