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일단은 직업적인 내공. 1978년 이탈리아 밀라노로 패션 유학을 떠나 한국에 페라가모를 들여오는 등 패션 바이어로 활약했다. 유튜브에서도 명품 매장을 방문해 어떤 스타일의 옷인지, 해당 브랜드는 어떤 특성과 어떤 역사를 지녔는지 등 전문가가 아니면 못 할 이야기를 소개한다. 현지 매장 섭외까지 해서 촬영한 것도 네트워크가 탄탄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평생직업이 필요한 시대에 그는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어 평생의 인맥과 지식을 밑천으로 여전히 일하고 있다.
압권은 상담 코너다.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사람에게 “내가 할 만큼 했는데도 상대가 내 마음 같지 않다면 관계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이라며 “나의 귀한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마음의 지옥에 가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선배가 여전히 편한데 연차가 올라 후배가 어렵다’는 젊은 직장인에게는 “수평적 관계에서 선배에게 일을 배웠을 때의 고마움을 후배에게도 느끼게 해주라”고 제안한다.
명색이 패션 유튜버지만 극도의 간결을 유지한다. 화장품은 비싸지 않은 토너에 친구가 만들어준 크림을 쓰는 게 전부다. 많다고 좋은 게 아니고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는 것. 밀라노의 작은 집에는 조부모의 장롱이나 100년 된 거울 등을 놓고 쓰며 비싼 가구도 대체 못 할 가치를 보여준다.
그가 습관처럼 하는 말은 “재밌지 않아요?”이다. 새로운 경험이라면 힘든 것도 재밌다는 지론. 그래서인지 침대 머리맡에 이탈리아어 사전을 놓고 자기 전에 들여다보며 올 초엔 휴대전화를 새로 사서 새로운 기능을 익혀 더 배워 보겠다고 했다.
젊은이들은 이런 모습에 자신의 미래 모습을 투영해 대리만족하는 걸까.
“나이 먹는다고 다 어른 아니잖아요. 그냥 늙는 사람도 얼마나 많아요. 제게도 닮고 싶고 의지할 수 있는 근사한 어른이 간절하던 차에 이렇게 만나 뵐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