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경제부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자 금감원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연이은 금융 사고에 ‘금감원이 손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자 “이미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있었다”고 해명한 것이다.
금감원이 옵티머스 사태를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은 맞다. 옵티머스가 처음으로 환매 중단을 발표한 18일 금감원은 즉시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긴급보고서를 제출했다. 본보가 입수한 보고서엔 사태가 벌어진 배경과 원인, 투자자 현황, 주요 주주와 사내이사, 고문까지 상세하게 설명돼 있었다.
금감원의 설명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옵티머스는 금감원 말대로 ‘작정하고’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옵티머스의 자산운용 과정을 깊숙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감독당국이 미리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미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이를 교훈 삼아 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모펀드 시장에서의 잠재 위험을 파악하는 실태점검을 벌였다. 당시 옵티머스도 금감원 블랙리스트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점검 결과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라임과 같은 위험한 운용형태나 투자구조로 돼 있지 않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금감원의 공언과 달리 이후 디스커버리운용에선 추가로 환매가 중단됐고 옵티머스 사태까지 터졌다. 금감원이 무엇을 어떻게 점검했는지 이제 금감원을 점검해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또 책임 공방만 반복하고 있다. 금융위는 관리·감독 부실이라며 금감원을 탓하고, 금감원은 금융위의 섣부른 규제 완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모펀드 사고가 터질 때마다 비슷한 해명이 반복되고 두 조직의 기싸움도 재연되고 있다.
시장에선 앞으로 제2의 라임, 옵티머스 사태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서로 손가락질을 그만하고 사모펀드 사태 수습과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밝힌 ‘1만 개 사모펀드 전수조사’가 시작이다. 금감원의 조사인력이 부족하다면 외부 인력, 판매사 등을 이용해서라도 서둘러 점검하고 부실 운용사와 펀드는 쳐내야 한다. 금융위도 원점에서부터 사모펀드 시장 정상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언제까지 똑같은 변명과 다짐을 들어야 하는가.
김형민 경제부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