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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147위 유해 직접 맞아… 조포 21발 국가원수급 예우

입력 | 2020-06-26 03:00:00

[6·25전쟁 70주년]6·25 70주년 기념식 이모저모




25일 오후 8시 20분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유해 봉환 가족 6명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6·25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미국 하와이에서 봉환된 한국군 전사자 147위의 유해를 직접 맞이했다. 이날 행사 주제도 ‘영웅들에게 경례(Salute to the Heroes)’였다. 당시 미7사단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류영봉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문 대통령에게 “이등중사 류영봉 외 147명은 조국으로 복귀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라고 말했다.

행사 시작과 함께 전날 유해를 봉환한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 동체에는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영상이 투사됐다. 70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호국 영령들을 기리는 내용의 이 영상은 주변이 어두웠기 때문에 더욱 잘 보였다. 6·25 행사 최초로 조포 21발도 발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포 21발은 군예식령에 따르면 국가 원수급에 해당하는 예우”라며 “고향에 돌아온 영웅들을 위한 최고의 예우”라고 했다.

이날 굳은 표정으로 돌아온 영웅들을 맞이한 문 대통령의 상의 왼쪽 옷깃에는 태극기 문양의 배지가 달려 있었다.

청와대는 “배지는 6·25전쟁 유해 발굴 전사자 12만2609명을 상징하는 ‘태극기로 감싼 유골함’을 모티브로 제작됐다”며 “문 대통령은 마지막 번호인 ‘122609번 배지’를 달았다. 마지막 한 명을 찾는 그날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의 의미”라고 했다. 이날 102전투비행대대 소속 F-15K가 행사장 상공을 비행하며 돌아온 영웅들을 기렸다. 비행에 참가한 F-15K 조종사 강병준 대위는 6·25전쟁에 참전해 F-51D 무스탕기로 출격한 고 강호륜 예비역 준장의 손자다.

이날 기념식은 일몰 이후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몰 전에는 기온이 높기 때문에 고령층 참석자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며 “국가보훈처는 이번 행사의 장소, 시간 확정과 관련해 6·25 참전 유공자회,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 등 관련 보훈단체에 사전 설명 및 의견 청취를 했다”고 말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참석자도 300여 명 규모로 대폭 축소됐다.

이날 배우 유승호 씨가 헌정 공연으로 ‘영웅에게’ 시를 낭독해 주변을 먹먹하게 했다. 유 씨는 “1950년 짧은 생이 멈춘 그 순간 이후로, 당신은 나와 같은 20대 청년이기에, 난 당신을 친구라 부르며 당신의 그날을 오늘 눈앞에 펼쳐보려 한다”며 “친구여, 당신이 지켜낸 땅 위에서 우린 또 이렇게 윤택한 하루를 보냈다. 당신의 어머니가 단 한순간도 당신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최수종 씨는 유 씨의 시를 듣고 울먹였다.

유해 147위는 행사 직후 국립서울현충원 내 국선재에 임시 안치됐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7위는 유가족과 안장지에 대한 협의를 거쳐 육군참모총장 주관의 안장식 후 서울 또는 대전현충원 등에 안장할 예정이다. 나머지 140위는 국군유해발굴단에서 감식을 통해 신원확인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