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항공기 추락과 테러, 난기류, 폭발의 위험성 등을 과대평가해 불안을 호소하는 것부터 고소공포증, 폐소공포증, 공황장애 등도 비행공포증의 일부인 증상입니다.
비행공포증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비행기에서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자동차 사고나 지인의 비행기 사고 경험 등 정신적인 외상 때문에 비행공포증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증상도 다양합니다. 비행기를 전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장거리 탑승만 힘들어하는 경우, 항공여행 횟수가 제한적인 경우, 비행기를 타긴 하는데 계속된 염려와 불안 때문에 극도의 긴장을 느끼는 경우 등 차이가 큽니다. 비행기를 한 번도 안 탔지만 비행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비행공포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100차례 이상 비행기를 탄 환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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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증 때문에 직업적인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지 못해서 해외 사업이나 해외 파견, 외국과의 거래 등을 포기한 분들도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겨우 출장지에 도착했지만 컨디션 난조 등으로 업무 수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네덜란드 축구선수였던 베르캄프는 자서전 등을 통해서 난기류를 만난 경험과 지인의 폭발물 장난 등을 경험한 뒤로 비행공포증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베르캄프는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봉 협상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해외 원정 경기를 뛰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베르캄프는 유럽 내 원정 경기가 있으면 스스로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조종사나 항공기 승무원들도 근무를 잘 하던 중 갑작스레 비행공포증을 느끼는 경우도 드물게 있습니다. 국내 항공사에도 조종사가 비행공포증으로 1년 이상의 정신 치료를 받은 후 복직한 사례가 있었으며, 객실 승무원이 심한 난기류를 경험한 후 비행공포증이 생겨 지상요원으로 전직한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비행공포증의 치료 및 완화는 결국 ‘불안’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기체 결함이나 난기류, 날씨 등 외부 요인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면 그런 외부 위험 요소가 비행기 안전에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정신적인 공감대나 위로로 해결하진 못한다고 합니다. 논리적이고 지속적인 설득이 핵심입니다. 또한 맥박이 뛰거나 호흡 곤란 등 신체변화가 오는 경우엔 그러한 신체 변화를 최대한 줄이는 치료를 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비행공포증이 자연스럽게 치유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합니다. 엄연히 ‘치료’가 필요한 증상입니다. 이에 항공의료계에서는 ‘다구성 인지행동 집단치료’라 불리는 치료를 주로 합니다. 이는 불안과 비행에 대한 교육, 이완요법, 인지 재구성 치료, 시뮬레이터 치료, 실제 비행을 통한 치료 등 다양한 요소로 이뤄진 치료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정상 불안과 비정상 불안에 대한 교육 △생체 반응에 대한 대응 교육 △항공기 작동 원리에 대한 교육 △항공기 안전시스템은 서로 보완하도록 돼있다는 전문 교육 (예컨대 엔진이 하나 꺼져도 다른 엔진이 이를 보완하고, 기능 하나가 작동을 안 해도 다른 기능이 이를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교육합니다) △상상의 상황에 노출시키고 이를 극복하는 치료 △치료사 및 조종사와 실제 비행을 함께 하면서 비행 공포를 줄여나가는 치료 △항공역학과 항공기 구조 및 비행, 관제 절차 등에 대한 교육 등 불안을 야기하는 모든 부분에 대해 해소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비행공포증의 경우 객관적인 상황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 대부분 주관적인 왜곡에서부터 불안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한 예로 비행기 사고율은 어떠한 교통수단보다도 현저하게 낮습니다. 그런데도 자동차 여행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주관적인 왜곡인 셈입니다. 어떤 분은 비행기 산소가 부족하다고 호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객기는 엔진 등을 통해 5분마다 객실 내 공기가 100% 순환 됩니다. 어떤 교통수단 보다 탁월한 환기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도, 호흡이 곤란하다고 느끼는 건 주관적인 왜곡이라는 것이죠.
누군가에게 비행공포증은 비행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물입니다. 국내항공사와 업계에서도 비행공포증 환자들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이 다양해졌으면 합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