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19개 회원국 이끄는 의장 스페인 女장관, 남부 회원국 지지 아일랜드·룩셈부르크도 출사표
유럽연합(EU)에서 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을 이끌던 마리우 센테누 의장이 사임의사를 밝혔다.
차기 의장 자리의 물망에 오른 인물은 여성인 스페인의 재무장관과 남성인 아일랜드 재무장관, 룩셈부르크 장관 등이다. 지난해 7월 사상 최초로 여성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고, 여성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임명한 EU가 또다시 여성 인사를 중용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포르투갈 재무장관이었던 센테누 의장이 지난 9일 사임 의사를 밝히며 유로그룹의 수장 자리는 공석이 됐다. 차기 의장을 지망하는 후보자는 이날까지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칼비뇨 장관은 2018년 스페인의 경제장관에 임명됐다. EU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EU 집행위에서 금융·예산 등 업무를 담당했다. 올해 의장으로 선출된다면 유로그룹의 최초 여성 의장이 된다.
칼비뇨 장관은 트위터에 “모든 유럽 시민의 이익을 위해 강하고 번영하는 유로 지역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U는 주요 보직을 결정하는데 국적, 이념, 성 등을 고려한다. 전문가는 칼비뇨 장관의 ‘중도 좌파’ 이념과 ‘스페인’이라는 국적은 현재 상당히 의장이 되는 데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EPC)의 재니스 에마누이리디스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타개할 근본적인 개혁이 추진되어야 할 시점”이라며 “보수적인 인물보다 더 넓은 시각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고 했다.
도노호 장관은 2017년부터 아일랜드의 재정을 맡아왔다. 중도우파 성향으로 유로그룹에서 가장 젊다. EU에서 경력은 없는 새로운 인물이다.
그는 영국의 EU 탈퇴를 앞두고 EU 회원국 간의 새로운 동맹을 모색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발틱 국가와 손을 잡아 눈길을 끌었다.
도노호 장관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일랜드 내각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를 구성할 예정인 공화당 대표가 새롭게 내각을 꾸릴 경우 도노호 장관 역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재무장관 모임인 유로그룹에서도 이름이 빠진다.
세 번째 후보인 룩셈부르크의 그라메냐 장관은 2013년부터 유로그룹에서 활동한 인물로 유로존에서 두 번째로 오래 근무한 베테랑이다. 중도좌파 성향으로 외교관, 로비스트 등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2017년 유로그룹 의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당시 포르투갈의 센테노에 패했다.
그는 최근 유로그룹 장관들에 서한을 보내 “책임 있는 예산 정책과 경제 지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또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불황으로 야기된) 오늘의 중대한 도전은 유로존 회원국 간의 합의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지난 6년 동안 보여준 자신의 경력을 강조했다.
차기 유로그룹 의장 선거는 내달 9일 열린다. 19개 회원국 재무장관의 단순 다수결을 통해 선출된다. 의장의 임기는 2년6개월이다.
한편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한 센테누 의장은 차기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센테누를 중앙은행 총재로 지명했다”면서 “정부의 의사를 표명한 서한을 국회의장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