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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안산 유치원 학부모 靑 청원 올려

입력 | 2020-06-26 12:46:00

집단 식중독 발생으로 휴원한 경기 안산시의 한 유치원이 25일 굳게 닫혀 있다. 이날까지 식중독 환자 100명이 발생한 가운데 최소 14명이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환자는 신장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경기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 100여 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인 가운데, 자신을 학부모라고 밝힌 한 시민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안산에 사는 5살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25일 해당 글에서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아이가 복통을 호소했다”며 “병원에서 진단을 해보니 장출혈성 대장증후군이라는 병명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분노가 치밀었다. 어떤 음식을 먹여야, 어떤 상한 음식을 먹여야 멀쩡한 아이 몸에 투석까지 하는 일이 발생할까”라고 따져물었다.

특히 청원인은 해당 유치원이 원비를 불법으로 사용해 적발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유치원은 2018년도에도 총 2억900여만 원을 교육과 무관한 개인경비로 사용해 감사에 걸린 적이 있다”며 “이런 유치원이 과연 이번에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였을까”라고 의심했다.

이어 “도대체 어떤 음식을 먹여야 아이들이 혈변을 보고 투석을 하고 햄버거병으로 밤낮으로 고생하며 병들어 갈 수 있는 거냐”라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조리·제공한 식품을 144시간 보존·관리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역학조사 시 원인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치원에게 겨우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유치원의 회계 부정 적발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청원인은 “우리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을 뿐인데, 지금 아이들은 혈변을 보고 투석을 하고 있다”며 “이런 개인경비를 수억 원 해먹은 전적이 있는 파렴치한 유치원 원장의 실태를 알리고자 한다. 많이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엄마가 미안하다…너를 그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더라면”이라고 애타게 자책했다. 해당 청원은 공개 하루 만인 26일 오후 현재 2만7750명의 동의를 얻었다.

경기도 보건당국은 해당 유치원에서 26일 기준 103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3명은 원아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입원 환자 중 14명은 장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인 ‘햄버거병’(용혈성 요독증후군)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 신장 기능 등이 나빠진 원아 5명은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다.

한편 이번 식중독 집단 발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주로 소에서 발견되며 양·염소·돼지·개·닭 등에서도 발견된다. 제대로 익히지 않은 소고기나 오염된 음식, 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된다.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제대로 익히지 않은 소고기나 오염된 식품 섭취로 인해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뒤 신장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질환이다.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 환자 중 2~7%에서 발병한다. 환자의 50%가량은 신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