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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저작권 소송 패소…백희나 “심리도 못하다니 충격”

입력 | 2020-06-26 17:13:00

대법원, 지난 25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 내려
"법이 약자들을 지켜줘야 하는데...비참하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가 자신의 작품 ‘구름빵’ 저작권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갔지만 대법원이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한 것.

대법원 민사3부는 전날(25일) 구름빵 저작권 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결정을 내린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법 위반 등의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백희나 작가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러한 결과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백 작가는 “구름빵으로 가슴 아픈 건 16년 동안 이어졌다. 2004년 책이 나왔으니”라며 “대기업과 개인의 다툼이기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심리불속행) 충격적이다. 심리도 못한 것이잖나”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저작권, 작가의 권리, 작가의 위치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인가 싶다”고 강조했다.

백 작가는 “어른들을 위한 문학작품에 얽힌 문제였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싶기도 하다. 상만 해도 그렇다. 문학상을 받은 것과 어린이 작가상을 받은 것과 다르다”며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라는 존재들의 사회적 위치가 너무 낮다. 여성의 경우도 그렇고 약자들의 위치가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이 이런 약자들을 지켜줘야 하는데 법 안에서 부터 이렇게 되다보니…”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외국에서는 외국 작가에게 상까지 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비교가 되더라”고 했다.


구름빵은 지난 2004년 출간된 아동 그림책이다. ‘구름빵’은 구름으로 만든 빵을 말한다. 먹으면 몸이 구름처럼 가벼워지고 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고양이 남매가 아침에 허둥지둥 나간 아빠에게 구름빵을 가져다주러 집을 나서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직접 만든 종이 인형과 배경을 이용한 연출력,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고 떠오른다는 상상력 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구름빵은 10여개국에 번역 출간돼 세계적 인기를 끌었고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됐다. 막대한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출판사 등과의 계약 문제로 백 작가가 받은 돈은 185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작가는 출판사와 지난 2003년 9월 그림책 1권을 개발해 주고, 그 대가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해당 계약에는 저작재산권 등의 권리가 출판사 측에 일체 양도되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백 작가는 2차 콘텐츠 등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작가 본인이 구름빵에 대한 저작권을 갖지 못하게 된 셈이다.

백 작가는 해당 출판사인 한솔교육, 한솔수북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계약 내용에 따라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백 작가가 저작물을 완성한 대가를 받는 등 사후적인 사정을 들면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는 점, 계약상 저작물이 출판사에 양도·양수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백 작가는 항소했지만 2심도 패소 판결 유지라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계약 내용이 백 작가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감안해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이 있고 백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계약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백 작가는 “작품활동을 해야겠지만, 예술이라는 건 자신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비참한 상태에서 무슨 표현이 나오겠나”라며 답답해했다.

아울러 백 작가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으면 한다”며 “저야 무참히 깨졌지만 후배들은 (저작권 관련 문제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마련하는데 징검다리 역할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