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하늘이 푸르고 공기는 너무 깨끗해요.” 코로나 기간 전 세계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산업단지가 문을 닫고 이동 제한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미세먼지도,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줄어들었다. 비영리 기후연구 단체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홈페이지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분의 1 줄였다’는 레터를 실었다. 어디 중국뿐이랴. 그런데 코로나로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었는데도 기상 재난은 더 극심해졌다
이번 주 월요일 서울 최고 기온이 35.4도까지 올라 62년 만의 기록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폭염은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6월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의 북극권 도시 니즈냐야페샤가 30도를 기록했다. 사람이 사는 지역 중 가장 춥다는 러시아의 베르호얀스크는 20일에 38도를 기록했다. 베르호얀스크는 북위 67도로 우리나라 서울과의 차이가 위도 32도나 될 정도로 북극권 동토 지역이다. 이 지역의 38도는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다.
기후변화가 부를 기상 재앙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5월에 최근 지구기상지표들을 분석해 발표했다. “해빙, 평균 기온, 해수면, 이산화탄소 농도… 모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극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를 보면서 가끔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쯤 될 때 극심한 기상 재앙에 어떻게 살아갈까 잠이 안 온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현 시점이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최근에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다. 그는 “인류의 미래는 기후변화를 저지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젠 번드레한 말과 무늬뿐인 그린뉴딜은 안 된다. 정부의 발상 전환을 촉구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