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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지금이 기회다

입력 | 2020-06-27 03:00:00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한 우화가 있다. 이 우화에 나오는 많은 어른들은 모여서 하릴없이 시간만 보낸다. 밥 먹고 술 마시고 마약 하는 게 하는 일의 전부다. 아이들은 분노하고 행동하기로 한다. 이 우화에서 아이들의 분노는 인류를 멸종위기로 몰고 가는 기후변화에 대한 어른들의 무책임이다. 최근 들어서 세계의 아이들이 우화처럼 길거리로 나선다. 어른들이 탐욕으로 자기들의 미래를 빼앗아 가기에 분노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하늘이 푸르고 공기는 너무 깨끗해요.” 코로나 기간 전 세계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산업단지가 문을 닫고 이동 제한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미세먼지도,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줄어들었다. 비영리 기후연구 단체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홈페이지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분의 1 줄였다’는 레터를 실었다. 어디 중국뿐이랴. 그런데 코로나로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었는데도 기상 재난은 더 극심해졌다

이번 주 월요일 서울 최고 기온이 35.4도까지 올라 62년 만의 기록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폭염은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6월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의 북극권 도시 니즈냐야페샤가 30도를 기록했다. 사람이 사는 지역 중 가장 춥다는 러시아의 베르호얀스크는 20일에 38도를 기록했다. 베르호얀스크는 북위 67도로 우리나라 서울과의 차이가 위도 32도나 될 정도로 북극권 동토 지역이다. 이 지역의 38도는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다.

많은 나라들이 호우로 몸살을 앓는다. 5월부터 6월까지 이어 내린 비로 중국 남부지역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광둥(廣東) 등 남부 지역에서는 850만 명의 수재민과 약 3조4000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중국 최대의 수력발전 댐인 싼샤(三峽)댐이 붕괴할지 모른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는 비상사태가 선포될 정도의 호우가 쏟아져 내려 가옥 500채 이상이 침수되었다. 또 5월 말 열병합발전소에서 연료탱크가 파손돼 경유 2만1000t 이상이 유출되는 환경 재앙이 발생했다. 고온과 많은 비로 지반이 침하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미국 미시간주에서도 엄청난 폭우로 이든빌댐과 샌퍼드댐 등 2개의 댐이 무너지면서 주민 1만 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후변화가 부를 기상 재앙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5월에 최근 지구기상지표들을 분석해 발표했다. “해빙, 평균 기온, 해수면, 이산화탄소 농도… 모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극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를 보면서 가끔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쯤 될 때 극심한 기상 재앙에 어떻게 살아갈까 잠이 안 온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현 시점이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최근에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다. 그는 “인류의 미래는 기후변화를 저지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젠 번드레한 말과 무늬뿐인 그린뉴딜은 안 된다. 정부의 발상 전환을 촉구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