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위원장 이재오 전례 답습 우려…재보궐 출마로 9개월만 사퇴
靑 "전현희 내정자, 공정개혁 완수·사회 갈등 해소 적임자 판단"
국가청렴도 세계 20위, 국제반부패회의 성공 개최 등 과제 산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자리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새로 내정하면서 기존에 추진해오던 반부패 정책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대 권익위원장 가운데 정치인 출신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최측근으로 평가받던 이재오 전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2대 권익위원장에 오른 이후 전 내정자가 처음이다.
전례를 봤을 때 전 내정자가 앞서 걸었던 이 전 위원장의 행보를 답습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우선 제기된다. 앞서 이 전 위원장은 2008년 4월 18대 총선 낙마 후 전 국회의원 신분으로 2대 권익위원장에 임명(2009년 9월30일)됐다가, 1년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났던 전례가 있다.
정치인 특성상 언제든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문재인정부 후반기 반부패 정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반부패 노력은 집권 후반기에 더욱 중요하다. 정부 스스로 긴장이 느슨해지기 쉽기 때문”이라며 흔들림 없는 반부패 정책 추진을 강조한 바 있다.
지금의 권익위는 2008년 2월 국민의 권익 구제 창구를 일원화 한다는 명분으로 기존의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탄생했다. 서로 성격이 다른 3개 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다보니 명칭 속에 기관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전부 담아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내부적으로도 줄곧 제기돼왔다. 현재 권익위가 명칭을 ‘국가청렴위원회’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깔려 있다.
전 내정자가 이재오 전 위원장의 활동을 줄곧 비판해오던 과거 인연도 눈길을 끈다.
전 내정자는 2010년 8월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 의원 시절, 국회 운영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의 특임장관으로 임명된 이재오 의원이 권익위원장 시절 예산을 편법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변호사로서 소비자 피해구제, 의료 소송 등 공익 보호를 위해 힘써 왔으며 국회의원 시절 환경노동, 국토교통, 보건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해왔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정치계, 법조계, 의료계에서 쌓은 전문성과 폭넓은 경험, 그간 보여준 강한 개혁 의지로 반부패 공정개혁을 완수하고, 국가청렴도를 제고하며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낼 적임자라는 판단”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 주요 국정 화두로 사회 통합을 꼽고 있다는 점에서 전 내정자가 적임자라는 게 강 대변인의 설명이다. 반부패 총괄기구로 각 관계 부처와 협업이 필수적인 권익위의 조직 특성상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 내정자는 지난해 초 20대 국회에서 택시업계와 플랫폼 모빌리티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당내 사회적 대타협기구 택시- 카풀TF 위원회 위원장으로 업계 간 갈등 조율에 노력한 바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3개 기관을 통합하며 커진 조직을 반부패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도 당면한 과제 중 하나다. 권익위는 산하 기관인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법제처로 분리·이관시키고 고충민원 처리와 반부패 정책 추진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행정심판법 개정안 등을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6월에서 12월로 연기된 국제반부패회의의 성공 개최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전 세계 140개국 정부 대표와 시민사회, 국제기구, 언론 등 반부패 전문가 2000여명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부패 회의체로 오는 12월1일부터 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은정 위원장은 이임사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면서 “반부패 총괄기구인 권익위가 진정한 ‘협치’를 통해 그 신뢰를 형성하고,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