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관상용으로 국내 반입… 번식력 뛰어나 토착 수중생물 위협 29일 나주시 일원서 퇴치행사 벌여
영산강 유역인 전남 나주시 남평읍 지석천과 풍림저수지, 화순군 도암면 대초천에서 2018년 발견된 미국가재. 미국가재는 지난해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됐다.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영산강유역환경청은 29일 전남 나주시 남평읍 오계리 지석천과 함평군 해보면 모산 저수지에서 미국가재 퇴치행사를 갖는다고 밝혔다. 퇴치작업은 2, 3일 전 미끼를 넣은 포획 틀 100여 개를 설치하거나 현장에서 쪽대를 이용해 포획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원산지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인 미국가재는 민물에 살며 몸 길이는 15cm 내외로 국내가재보다 훨씬 크다. 미국가재 색깔은 흰색과 붉은색, 오렌지색, 푸른색 등으로 다양하며 잡식성이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에 분포하며 유속이 느린 하천과 연못에 주로 서식한다.
국립생태원은 2018년 전문가 제보 등을 바탕으로 서울, 인천 강화도, 전북 익산과 나주에서 미국가재 서식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나주호 상류인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천 6.1km 구간과 나주시 남평읍 지석천 15.5km 구간, 남평읍 풍림저수지에서 미국가재가 발견됐다. 지석천에서 발견된 미국가재는 33마리에 이르렀다. 미국가재는 하천은 물론이고 육지, 농수로, 논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석천에서 2018년 발견된 미국가재가 최근 40km 정도 떨어진 함평군 해보면 모산저수지에서도 발견됐다. 미국가재가 영산강 유역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송해룡 국립생태원 외래생물연구팀 연구원은 “영산강 유역에서 발견된 미국가재는 누군가 관상용으로 키우던 것을 버리면서 번식한 것 같다. 전북 만경강 유역에서도 지난해 미국가재 서식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미국가재는 국내 하천에 정착할 수 있고 성장도 빠르다. 또 건조한 상태에서 4개월간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며 번식력도 좋다. 4일 정도면 17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미국가재는 미국과 중국, 아프리카에서 일부 양식이 됐지만 유럽에서는 2015년 100대 악성 침입성 외래종 목록에 올랐다. 미국가재는 먹이 경쟁에서 이겨 다양한 토착 수중생물들을 도태시킨다. 침입 외래생물로 관리하는 일본에서도 수중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중생물 간 질병 전파 위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위해성을 감안해 지난해 미국가재를 갑각류에서 유일하게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했다. 현재 국내에는 포유류 뉴트리아, 파충류 붉은귀거북, 어류 블루길 등 28개 동식물이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돼 있다.
류연기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해 생태계 교란생물 퇴치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생태계 교란생물은 강한 번식력으로 퇴치가 쉽지 않은 만큼 민간에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