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식 고의 폐기 아니라 몰라서…” 원장 해명-사죄 문자에 더 격앙 장출혈성 대장균 확진 58명… 당국, 정확한 발병 원인 못찾아
학부모 등에 따르면 A유치원의 박 원장은 26일 오후 7시경 학부모들에게 ‘○○○ 유치원 경위 보고 및 사죄문’이란 제목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박 원장은 이 메시지에서 “유치원에서 급식은 ‘보존식’(음식 재료 144시간 보관)으로 보관했으나, 저의 부지로 방과 후 제공되는 간식은 보존식으로 보관하지 못했다”며 “이 점에 대해선 분명히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집단급식시설은 보존식을 지켜 음식 재료를 144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식중독 등이 발생했을 때 음식 재료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역학조사 결과 A유치원은 첫 확진 원아가 나온 이달 12일 전후인 10∼15일 간식 6건의 보존식을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이를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폐기한 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안산상록수보건소는 유치원 내 조리기구, 교실, 문고리 등 모두 104건의 환경 검체를 채취해 발병 원인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 건의 대장균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보건소는 정확한 발병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27일 A유치원의 교육 프로그램 자료를 확보해 흙을 만지는 체험에서 감염이 일어났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첫 확진 원아가 나오기 며칠 전에 이 유치원 원아들이 앞마당에 심은 채소를 캐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에서는 12일 한 원생이 처음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인 뒤 28일 오후 11시 기준 양성 판정을 받은 이는 58명으로 늘어났다. 입원 환자 21명(원아 19명, 가족 2명) 가운데 16명은 장출혈성 대장균의 합병증인 ‘햄버거병’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원아 4명은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박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