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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에게 배울 때 알아두면 좋을 것들[광화문에서/염희진]

입력 | 2020-06-29 03:00:00


염희진 산업2부 차장

기업들이 젊은 세대에 주목한 것은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2∼3년 전만 해도 기업들은 이 세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을 연구하는 책이 많이 팔렸고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잇달았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조직 내에서 절반을 넘기 시작한 이들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역(逆)멘토링’(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가르치는 것)이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도입한 이 방식은 리버스 멘토링으로도 불린다.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그림자위원회’와 임원 및 젊은 직원이 함께하는 ‘점심 회동’을 운영하며 조직과 기업을 회춘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이 역멘토링을 도입하고 있다. 그중에서 롯데쇼핑은 올 4월부터 창사 이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독특한 실험을 하고 있다. 여러 부서에서 온 젊은 사원 20명으로 구성된 ‘비밀상담소’가 바로 그것이다. 매주 금요일만 운영되는 이 상담소에는 각 부서의 팀장급 이상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찾아온다. 백화점에 이런 카페를 입점시키는 게 어떨지, 새로운 점포의 이름을 이대로 짓는 게 좋을지 의견을 구한다. 이 기업은 비밀상담소 외에도 정기적으로 경영진과 젊은 사원끼리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라이브 방송이나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워낙 파격적인 시도이다 보니 제도를 도입했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최근 몇 년간 기업을 돌며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강의해온 한 전문가는 역멘토링제가 취한 방식에 따라 기업들이 얻는 효과는 천차만별이었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도입한 역멘토링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어떤 기업은 임원들이 젊은 세대의 얘기를 많이 듣는 데 초점을 맞췄고, 또 다른 기업은 임원들과 젊은 세대가 한 팀을 구성해 맛집 탐방 같은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경청에 의의를 둔 기업이 ‘요즘 젊은이의 생각이 저렇구나’라는 걸 느끼는 데 그쳤다면, 이들과 함께 체험한 임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으니 나도 변해야겠다’는 절박함을 느꼈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줬을 때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비밀상담소가 그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여기서 낸 의견이 단순한 조언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최종 결정을 뒤집을 만큼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를 얘기할 때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이들의 특성 때문에 기성세대보다 일에 대한 성취 욕구가 덜할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부당하게 여기는 것은 일 자체가 많은 게 아니라,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보여주기식 업무가 반복되거나 일에 대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을 때다. 앞으로 젊은 세대를 활용할 때는 새로운 시도 자체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그 방식에 대해서도 세심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염희진 산업2부 차장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