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글로벌공급망 재편위기는 K소부장의 기회 민관이 손잡고 강력하게 대응하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 가능
이런 와중에도 자체 기술력으로 수요대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꽃피운 중소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GVC 대변혁을 앞둔 ‘K소부장’의 위상과 경쟁력을 점검해 본다. 》
쎄노텍, 일본 수출규제 이후 수요기업에 눈도장
네패스… 해외기업 M&A로 선진 기술력 선점, 도약
엠케이전자, 코로나19 위기 속에 기술력으로 일본기업 바짝 추격
코로나19 위기에도 잘 나가는 기업 비결은 기술력
위 기업들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코로나19 이후 위기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제조기반을 국내에 확고히 뿌리내리고,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오랜 기간 투자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계경제 상황에 대응하려면 자체 기술 확보와 수급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라는 산업계의 요구도 거세졌다. 1년 전 일본의 수출규제는 이러한 변화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기존 소부장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100대 품목 중심으로 대체수입처를 발굴하고, 대체품 테스트 등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하는 한편, 시급한 기술이거나 개발에 어려움이 따르는 기술은 해외기업 인수를 독려했다. 그 결과 많은 기업이 무난히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 이 밖에도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2022년까지 5조 원을 투입, 기술개발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소재·부품·장비산업은 제조업 GVC의 출발점
현재 국내 소부장 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의 52%를 감당하며 우리 산업의 주력인 제조업을 뒤받친다. 소부장 교역은 2010년 수출 2396억 달러, 수입 1716억 달러에서 2019년 수출 2929억 달러, 수입 1888억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낮은 기술자립도와 만성적 해외의존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전문기업 출현이나 핵심기술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러한 가운데,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분업구조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세계 각국은 제조업 공급망의 출발점인 소부장에 주목하며, 그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에 돌입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K소부장’이 재편되는 GVC의 허브가 되려면 좀 더 강력한 중장기 대책과 함께 민관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쎄노텍 허명구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평소 수요대기업의 담당자조차 만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정부의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 덕분에 수요기업과 잘 연결돼 자체 개발한 기술을 살릴 수 있었다”면서 “수년 뒤에나 사용될 미래부품 개발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정부 R&D사업 등의 자금지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위기를 성장 기회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잠재력
GVC 재편 위기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공급망 충격을 단기간에 극복하며 소부장의 성장 토대를 구축해낸 경험이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정양호 원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을 수립했듯, 지금은 우리나라 소부장이 GVC의 허브가 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잘 대비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고, 투명하고 안전한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K-방역’이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듯, GVC 대전환의 시대에 ‘K소부장’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공동기획=산업통상자원부 /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