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에서 수학은 잘했지만 천재성은 누구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장교 임관 후의 복무 성적도 판정 불능이다. 그는 온갖 핑계를 대고 부대를 이탈해 바로 코르시카로 건너갔다. 여기서의 활약상도 천재와는 무관했다. 조급하게 야망을 키우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간신히 코르시카를 탈출한 뒤 나폴레옹은 딴사람이 된다. 드러난 증거로만 추측한다면 부대 이탈과 코르시카에서의 경험이 나폴레옹을 환골탈태시켰던 것은 분명하다. 이 각성의 과정을 허락한 것은 프랑스의 형편없이 느슨한 장교 관리 시스템이었다. 1년 이상 이유 없이 유급휴가를 주는 군대는 프랑스 군대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근무지를 떠나 마음껏 돌아다녔고, 혁명과 좌절, 변신을 경험했다.
몰락하는 신분의 특징은 자산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남 주기 싫어서,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기 싫어서, 무능한 집단일수록 울타리를 크게 치고, 아무도 듣지 않는 자기들만의 논리로 소일한다. 바로 그런 무능과 부패가 자신들의 파괴자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