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긴스 알리기 나선 김점석씨 전쟁 터지자 이틀 만에 한반도로 참상 알린 책 펴내 퓰리처상 받아… 귀국 후엔 한국돕기운동 펼쳐 “젊은세대에 자유 소중함 일깨워”
군복이 잘 어울린다는 그 히긴스가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다. 충남 공주시 정자방1길 김점석 한국정책방송원(KTV) 전문위원(64·프래랜서)의 집에 들어섰을 때였다. 1950년 10월 미국의 유명 주간지 라이프에 실린 히긴스 특집기사 사진이었다. 방은 마치 히긴스 박물관 같았다. 6·25전쟁 취재 때 사용했던 타이프, 고글, 군복이 놓여 있었다. 히긴스의 기사가 실린 빛바랜 신문과 미국에서 발행된 우표…. 김 위원이 해외 경매나 국내 고서점을 돌며 어렵게 구한 것들이다.
히긴스가 종군 취재 6개월여 만에 펴낸 ‘한국전쟁’은 영어판과 독일어 프랑스어 한국어 번역판을 모두 가지고 있다. 1951년 미국에서 출간됐을 때 베스트셀러였다. 국내에는 2009년 처음 번역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위원은 출간 그해 번역본 ‘한국은 세계의 잠을 깨웠다’를 소장하고 있다. “이런 귀중한 자료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자유를 지켰는지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싶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멀어져 전시 공간 마련조차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히긴스는 귀국 후 미국 전역을 다니며 전쟁 중인 한국을 돕자고 호소했다. 김 위원은 6·25전쟁의 의미를 일깨운 히긴스의 책 마지막 부분을 아직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한반도에서 우리는 준비하지 않은 전쟁을 치름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또 승리는 많은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할 때 치러야 할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