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1년, 출구는 어디에 양국 전문가 6인 ‘日 수출규제’ 평가
“무모하고 저급한 포퓰리즘 정치로 인해 한일 기업들이 희생됐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발표하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일 양국의 정치인, 외교 및 경제 전문가 등 6명에게 수출규제 1년에 대한 평가와 함께 해법을 들어봤다. 강창일 전 한일의원연맹 회장,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연구원,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후카가와 교수가 참여했다.
○ 수출규제로 한국 산업계 일본 탈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강 전 회장은 “한일 서로가 상처를 입는 치킨 게임”이라고 지적했고, 이 교수는 “양국 모두 ‘루즈 루즈’ 게임이었다”고 했다. 한국보다 일본 경제의 타격이 심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미야 교수는 “한국 반도체산업에 가시적인 타격을 입힌 게 아니라 오히려 한국 산업계의 일본 탈피를 촉진시켰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한일 경제에 악영향은 물론이고 한일 관계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 내 ‘한국 피로증’이 더 강해져 한국에 우호적인 인사들까지 난처해지고 무기력해졌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한일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한일 교역 감소→글로벌 가치사슬 붕괴→세계경제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우려했다. ○ ‘공동 이익’ 찾아 협력해야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북핵 문제 등 한일 공동의 문제가 산적한 만큼 더 늦기 전에 양국 간 문제에 이견을 좁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미야 교수는 “북핵 문제, 미중 대립 격화, 미국 정치 상황 등에 대해 한일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며 “한일 간 괴리보다 공유하는 부분이 크다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한일이 협의를 통해 (수출규제 해제) 합의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최근 한국 야당에서 ‘문희상 안’(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을 계승해 재차 발의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서로 의견을 좁혀가야 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내자”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은 “가장 우려되는 점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인데, 이렇게 된다면 일본으로서도 대항조치(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걱정했다. 그는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대화를 계속해 그때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소송 원고들에게) 대위변제(채무자 대신 빚을 갚음)를 한 뒤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국회에서 입법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