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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밴드’가 돌아왔다, 원년멤버 그대로

입력 | 2020-06-30 03:00:00

11년 만에 7인조 재결합
새 앨범 ‘Home’으로 컴백
“여전히 멤버간 호흡 척척”




정원영밴드.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원영 임헌일 한가람 박은찬 최금비 홍성지 박혜리. 정 씨는 2005년 뇌종양 수술 이후 줄곧 짧은 머리다. 건강은 회복했지만 “이젠 이게 편해서”다. 정원영밴드 제공

‘정원영밴드’가 11년 만에 돌아왔다. ‘가령’ ‘순대국’ 등 8곡을 담은 3집 ‘Home’을 23일 내면서다.(CD는 30일 발매)

건반 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 대학(호원대) 실용음악교수로 활약해온 정원영 씨(60)가 이끄는 팀이다. 2009년 2집 발표 이후 각자 활동하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의 릴레이 콘서트 무대에서 다시 뭉쳐 신작까지 내게 됐다.

26일 만난 정 씨는 “2003년 결성 당시 대학 1, 2학년이던 멤버들이 어느덧 음악계와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잘 성장해줘 고맙다”고 운을 뗐다.

정 씨를 비롯해 임헌일 한가람 박은찬 박혜리 홍성지 최금비의 7인조 정원영밴드는 이적 김동률과 인연이 각별하다. 정 씨는 “2003년경 (이)적이가 자신의 공연을 도와줄 밴드를 추천해달라고 해 뛰어난 학생들을 보냈다. 그 무렵 (김)동률이가 내 공연을 보러 와 ‘형만 빼고 밴드 다 내게 달라’고 웃으며 말해 고스란히 김동률 밴드 멤버로 보내기도 했다”고 했다.

신작을 완성하자마자 정 씨가 모니터를 부탁한 것도 이적과 김동률이다. 공히 타이틀곡 감으로 지목한 것이 ‘가령’. 고풍스러운 선율과 화성, 따뜻한 멜로트론 음색이 비틀스만큼 매력적인 곡. ‘간단한 요리란 무얼까’ ‘백선생 요리는 쉬울까’ 같은 가사가 이채롭다. 정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고든 램지 같은 유명 요리사들을 만났던 경험을 돌이키며 사랑 이야기를 덧대 완성한 곡”이라고 했다.

세련된 화성에 담백한 시적 가사를 결합해 사랑받은 정 씨는 지금껏 솔로로 7집까지 냈다. ‘정밴’으로 선회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학전에서 호흡이 너무 좋았고, 로킹(rocking)한 밴드음악을 펼쳐보고 싶었어요.”

밴드 ‘메이트’ ‘아이엠낫’ 멤버이자 세션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임헌일이 ‘스승’ 정원영과 편곡을 함께했다. 올드 팝, 클래식 록, 모던 록의 장점을 휘저어 여덟 잔의 매력적인 음악 칵테일을 만들었다.

수록곡 ‘바람의 참견’은 미국 드라마 ‘트윈 픽스’에서 영감을 받은 곡. 명멸하는 1950, 60년대식 기타 사운드가 쓸쓸하다. ‘미처 하지 못한 말’은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음악 후배, 고 김득일 씨에게 바치는 노래다. 정 씨는 “득일이가 떠났을 때 만들어 그의 장례식장에서 틀었다. 그가 아낀 영국 밴드 스미스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고 했다.

정 씨는 생사가 걸린 뇌종양 수술을 받고 돌아와 다시 멤버들과 연습실에서 만난 2005년 어느 날을 잊지 못한다.

“제가 수술 때문에 삭발을 했는데, 멤버들이 저를 따라 삭발하고 나타났죠.”

정 씨는 “15년 전 인터뷰 때 멤버들이 ‘선생님 환갑 때까지는 하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어느덧 환갑”이라면서 웃었다. 내년에는 솔로 8집을 낼 계획이다. 음악가로, 음악교육자로 산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뭘까.

“육성이든 악기 소리이든 단 한 음만으로도 매혹적인, 좋은 사운드가 있는 음악입니다. 사람들은 그 소리 때문에 먼저 고개를 돌리고, 그제야 음악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죠. 저 역시 그런 소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