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32년만에 상임위장 독식
與 단독 본회의… 생각에 잠긴 김태년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앞)가 자리에 앉아 팔을 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원 구성 협상에 반발하며 본회의에 불참 선언을 하자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법사위원장 합의 불발… 원 구성 최종 결렬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동을 가질 때까지만 해도 타결의 기대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한민수 국회의장 공보수석비서관은 35분 정도 이뤄진 회동 후 브리핑에서 “전날 사실상 협상 초안까지 만들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전날 의견 접근을 이뤘던 여야 합의문 초안에는 전체 상임위원장을 11 대 7로 나누되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집권당이 우선 선택권을 갖고 △체계·자구심사권 등 법사위 제도 개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국정조사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법사위 청문회 등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또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과 3차 추경의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30일 개원식 개최 등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은 상반기엔 민주당, 하반기엔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절했다. 당내에 강경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는 하반기 법사위원장이라도 가져와 이를 마지노선으로 의원들을 설득해 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민주당의 거부로 협상 여지가 사라진 것. 주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역사는 2020년 6월 29일, 33년 전 전두환 정권이 국민에 무릎 꿇었던 그날(과 같은 날), 문재인 정권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기록할 것”이라며 “‘너희가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있으면 그때 가져 가봐’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들려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 의장실 탁자를 엎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 21대 국회 출발부터 ‘삐걱’… 협치 전망 ‘깜깜’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에 대한 반발로 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빠진 가운데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민주당이 15일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독자 선출한 지 2주 만에 또 한 번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한 것. 야당 국회 부의장의 동의가 있어야 선출 가능한 정보위원장 1석도 추후 민주당이 가져간다면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갖는다. 또 박 의장은 통합당 의원을 임의로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상임위원장 독식을 강행하면서 민주당은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며 화살을 돌렸다. 이해찬 대표는 “저쪽은 (창구) 일원화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주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산사에 다니시는 분들은 사리가 안 생기는데 여당 원내대표의 몸에는 사리가 생겼다”고 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김 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개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당에서는 “의회 치욕의 날”이라며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은 사라지고 어명(御命)만 남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인한 저 희희낙락과 일방 독주를 국민들이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협상 결렬이 김 위원장 탓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 개입설은 심각한 허위 사실이다. 민주당의 사실 호도가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