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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국회, 평등법 입법해야”…14년 만에 의견표명

입력 | 2020-06-30 13:48:00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2006년 이후 첫 공식 의견
인권위, 평등법 시안 마련…5개장 39개조로 구성
차별 개념, 사유 규정…의무 및 구제 방안 등 담겨
"입법 가능성 있어…국회서 건설적 논의 바란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회의장을 상대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요구하는 의견을 냈다. 지난 2006년 정부 상대 권고안을 낸 이후 14년 만에 나온 공식 의견표명이다.

인권위는 30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회의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가 제시하는 시안을 참조해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조속히 입법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로 의결했다.

인권위가 제안한 평등법은 ‘차별금지법’과 같은 개념이다.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공식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14년 만인데,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를 상대로 차별금지법 관련 권고안을 낸 바 있다.

인권위는 최근까지 차별금지법 현실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번 논의에서 인권위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오해가 법률명에서 기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평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이날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의결 이후 “평등의 원칙은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의 핵심 원리”라며 “우리나라는 이제 국제사회의 평등법 제정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평등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도 무르익었다”, “평등법은 21대 국회의 중요한 입법 과제가 돼야 한다”며 “평등법 제정은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라고 선언했다.

인권위가 국회에 제시한 평등법 시안은 5개장 39개조로 구성됐다. 차별 개념으로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로 뒀으며, 차별 사유 21개를 예시적으로 언급했다.

또 고용, 재화·용역, 교육·직업훈련, 행정·사법 절차·서비스 등을 차별 영역으로 구분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와 차별 시정 계획 등도 담았다.

차별 행위 관련 제재 및 벌칙, 구제에 관해서는 인권위가 이유 없는 권고 불이행 사례에 대한 소송 지원을 할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차별이 소명된 경우 법원에서 임시 조치와 이행명령을 취할 수 있다는 내용, 악의적 차별에 대한 가중적 손해배상을 규정하는 내용 등이 들어갔다.

차별금지법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제정 목소리가 있었으나 일부 여론의 반대 등으로 인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실제로 차별금지법은 비교적 최근인 17~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폐기 또는 철회됐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는 21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최근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정의당은 ‘5대 우선법안’ 가운데 하나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으며, 다른 정당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인권위 측은 평등법 시안과 관련해 “입법 가능성 있다고 본다”며 “과거 정부 입법을 추진했으나, 이번엔 국회에서 저희가 제안한 평등법을 토대로 건설적 논의를 통해 제정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 대중적 인식 전환이 있었다고 본다”며 “종교계 우려 또한 알고 있으며, 끊임없이 설명하고 대화하면서 이해를 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