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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홍콩 사법권까지 장악?…‘반중 시위’ 참가자 체포·처벌할 수도

입력 | 2020-06-30 17:24:00


30일 오전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이 최종 관문인 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국인대·국회 격) 상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홍콩 야권에서는 “일국양제(一國兩制)는 끝났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야권 인사는 해외로 도피하거나 활동중단을 선언하는 등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나도는 홍콩

홍콩보안법이 통과되자 홍콩 시민사회단체 주요 인사들은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반중성향 일간지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라이 등 민주화 인사 54명의 이름이 담긴 ‘체포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보안법 통과 직후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중국 정부가 웡을 빌미로 당을 압박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웡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가장 먼저 중국 당국에 체포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앞서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웡을 “중국인 신분으로 사방팔방 다니면서 외국에 내정 간섭을 구걸하는 자”라고 비판했다. 웡과 함께 우산혁명의 주역으로 꼽히는 데모시스토당 당원 아그네스 차우(周庭)와 네이선 로(羅冠聰) 전 주석 등도 이날 탈당 의사를 밝히고, 개인 자격으로 저항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정치단체인 ‘홍콩독립연맹’ 창립자 웨인찬(陳家駒)은 홍콩보안법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으며, ‘홍콩 자치’를 주장해 온 학자인 친완(陳雲)은 사회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콩 분위기와는 달리 중국 분위기는 환영일색이다. 중국 정부는 “인권과 언론, 집회의 자유를 보호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번 홍콩보안법 심의·의결 과정에서 중국 언론이 실시한 중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이 더 엄격하면 엄격할수록 홍콩이 더 안전해진다”는 여론이 70% 이상이었다.

●외부 세력 내정 개입→외부 세력과 결탁
홍콩보안법은 홍콩에서 △분리독립 추진 △체제전복 시도 △테러 활동 △외부 세력 결탁 등을 방지·중단·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에도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심사 과정에서 처벌대상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초안는 ‘외부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상무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외부 세력과 결탁’하는 것으로 적용 범위가 더 확대됐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에 홍콩 시민사회단체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 자체도 처벌받을 수 있게 된다.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당초에는 법을 위반할 경우 최고 10년 형 정도로 알려졌으나, 최종안은 종신형까지 높아졌다는 것.

중국 정부는 홍콩에 직속으로 국가안보국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국가안보국은 홍콩에서 직접 반중 활동 정보 수집, 수사, 체포에 사법권까지 가지게 된다. 사실상 ‘반중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중국 정부의 뜻대로 모두 체포·처벌할 수 있다.

또 반중 인사 재판에 특정 판사를 지명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 행정장관이 국가안보 사건 재판의 판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가 행정장관을 통해 사법권까지 장악할 수 있는 셈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