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태평사령부가 29일부터 필리핀해에서 2개 항공모함 타격단(CSG·Carrier Strike Group)의 합동훈련을 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필리핀해에서 한반도는 약 1500km 가량 떨어져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핵추진 항모의 작전반경(1000km 이상)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반도 지척의 거리에 거대한 군사기지 2개가 집결한 셈이다. 항모의 운항속도(시속 30노트·약 56km)로 볼 때 24시간 정도면 제주도 인근 해상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최근 ‘김여정발(發) 대남 군사행동’을 돌연 보류한 북한에게 한미를 겨냥한 도발 위협을 재개할 엄두를 내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개 항모타격단의 위력은 웬만한 중소국가의 해·공군력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항모 자체만 해도 5000여 명의 승조원과 70여 대의 최신예 함재기를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3척의 이지스구축함·순양함이 호위를 펼치고, 수중에서는 수십 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한 핵잠수함이 항모 타격단 반경 수백km를 순회하면서 24시간 엄호한다.
미 해군은 이번 훈련에 1만 여명의 승조원과 150여 대의 함재기, 6척의 이지스함 등이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훈련은 주야간에 걸쳐 F/A-18 등 전투기 이착함 훈련을 비롯해 가상 적기와 함정, 탄도미사일 등의 위협에 맞서 대공·대함 방어 절차를 숙달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1개 항모타격단만 포진해도 그 지역의 ‘힘의 균형추’가 크게 흔들린다”면서 “2개 항모타격단이 24시간이면 한반도로 도착할 수 있는 해상에 집결한 것은 다분히 북한과 중국을 의식한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를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역내 패권 장악을 노린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강력한 힘의 과시이자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인도태평양사도 “이번 훈련은 항모 전력이 신속한 전개 및 집결 태세를 점검하고, 역내 동맹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는 한편 항행의 자유와 합법적 바다 이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동시 겨냥한 ‘세 과시’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특히 북한이 느끼는 압박감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미 항모강습단은 전략폭격기와 함께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증원전력이기 때문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전면적 도발 등 한반도 유사시 미국은 3개 이상의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주변에 투입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위협이 극에 달했던 2017년 11월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항모 3척(로널드레이건함·시어도어루즈벨트함·니미츠함)을 동해상의 한국작전구역(KTO)에 진입시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벌여 북한을 바짝 긴장시킨 바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