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DB 저스틴 녹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농구는 신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2000년대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주름잡던 슈퍼스타 앨런 아이버슨(45·183㎝·은퇴)이 남긴 명언이다. 농구는 종목의 특성상 장신자가 유리하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열정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이버슨의 명언은 많은 농구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특히 장신선수가 많지 않은 국내남자프로농구(KBL)에선 더욱 그렇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은 팀의 주축이 될 외국인선수 선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아직 모든 구단이 계약을 마무리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만 봐도 특색이 확 드러난다. 바로 ‘장신화’다.
저스틴 녹스(203㎝·원주 DB), 마커스 데릭슨(201㎝), 존 이그부누(211㎝·이상 부산 KT), 얼 클락(208㎝), 라타비우스 윌리엄스(203㎝·이상 안양 KGC), 숀 롱(206㎝·울산 현대모비스) 등 2m가 넘는 새 얼굴들이 즐비하다. KBL 경력자인 라건아(199㎝·전주 KCC), 리온 윌리엄스(198㎝·창원 LG) 등은 이제 가장 신장이 작은 축에 들게 됐다. 아직 외인 영입을 완료하지 못한 고양 오리온, 인천 전자랜드, 서울 삼성, KCC 등도 일제히 2m가 넘는 장신선수를 구하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계약에 근접한 선수의 키가 무려 213㎝에 이른다.
KBL은 2019~2020시즌부터 2명 보유-1명 출전으로 외국인선수 제도를 변경했다. 1인 출전 체제가 되면서 각 구단은 골밑을 든든히 지켜줄 센터를 최우선으로 찾았고, 새 시즌에는 장신화가 한층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1997년 남자프로농구 출범 이래 2m 이상의 장신선수가 가장 많은 시즌이 될 수 있다. 새 시즌 남자프로농구는 바야흐로 고공농구의 시대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