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뉴스1 © News1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1심 결론이 나온 가운데 이 결론이 조씨와 혐의가 일부 겹치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소병석)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횡령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번 재판이 관심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정 교수와 조씨의 공범 여부에 대한 판단이 처음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조씨와 정 교수의 혐의가 일부 겹치기 때문에 정 교수의 혐의가 인정될지, 아닐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재판이었다.
즉 Δ조 전 장관 일가가 14억7100만원을 출자한 ‘블루펀드’ 총 출자액을 100억1100만원으로 금융위원회에 허위로 보고한 혐의 Δ정 교수에게 빌린 10억원에 대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뒤 수수료 명목으로 코링크 자금 1억5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Δ사모펀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펀드 관련 코링크 자료를 삭제하게 하는 등 증거인멸·은닉을 교사한 혐의다.
재판부는 ‘허위 보고’ 혐의와 ‘허위 컨설팅 계약’ 관련해 정 교수가 추가로 준 5억원은 조씨의 혐의가 성립이 안돼 정 교수의 공범 여부를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조씨의 죄가 성립이 안되기 때문에 공범에 대한 판단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우선 정 교수가 조씨에게 준 10억원을 대여라고 판단했다. 처음 지급한 5억원에 대해서는 “조씨와 정 교수가 반복적으로 투자와 수익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변제 외 원금을 보장하고 수익과 무관하게 기간과 이율을 고려해 한정된 일정금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금전소비대차계약에 성립했다”며 “대여로 보는 게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지급한 5억원에 대해서도 “정 교수와 동생이 의도했던 법률관계는 금전소비대차인 점에 비춰 그에 대한 대가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유상증자 계약 컨설팅의 외관을 형성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질은 대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남매는 이자 수익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조씨를 코링크의 실질적 경영자로 인식한 정 교수 남매는 조씨가 코링크에 실제로 5억원을 줬을 거라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어, 결과적으로 코링크로부터 이자를 지급받는 것에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허위증빙 자료를 수령하고 세금 관련 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기 위해 허위자료를 작성하고 공직자재산신고 때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신고하는 행위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횡령 상대방으로 수익을 수취하거나 횡령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난해 사모펀드 비리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직원들을 통해 펀드 관련한 코링크의 자료들을 삭제를 하게 한 증거인멸·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정 교수의 공범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전화해 ‘동생이 드러나면 큰일난다’고 해 정 교수 동생 이름을 자료에서 삭제했다고 조씨가 진술한 점 등을 볼 떄 조씨와 정 교수가 공모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 측은 이날 재판 결과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당연히 무죄가 맞고, 증거인멸 관련은 조씨 재판부가 어떻게 설시했느냐를 봐야 한다”며 “(정 교수와 조씨를) 공동정범으로 봤다면 정 교수는 죄가 안 된다”고 밝혔다.
형법상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는데 정 교수가 증거인멸의 공범으로 판단된다면 ‘자신의 형사 사건’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 돼 죄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씨 재판에서 정 교수는 증거은멸·은닉의 정범이 아니라 증거인멸·은닉 교사의 공동정범이라 처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정 교수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련한 증거를 없앤 것이 아닌, 조씨를 통해 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26일 정 교수 지시로 정 교수 연구실과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해당 재판부는 자산관리인 김경록씨(38)에 대해 정 교수 부탁을 받고 동양대를 처음 방문해 정 교수 컴퓨터 본체를 가지고 와 보관하다 돌려달라는 정 교수 연락을 받고 넘겼다고 했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증거은닉 혐의였는데, 김씨에게 증거은닉을 부탁한 것이 정 교수라는 점을 재판부가 밝힌 것이다.
그러나 정 교수가 이에 대한 증거은닉 교사범으로서 처벌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의견이 엇갈린다. 정 교수가 직접 김씨와 동양대 자신의 교수실에 가 함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가져왔는데, 정 교수가 직접 증거인멸에 나선 경우 자신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재판 말미에 정 교수와 조씨와의 공범 관계를 판단하면서도 정 교수의 혐의에 대해서는 정 교수 재판부에서 더 정확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취지로 한발 발을 뺐다.
재판부는 “공범(정경심)은 우리 사건 피고인이 아니라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를 못하는 지위”라며 “우리 사건이 아닌 공범 사건에서 피고인도 검찰도 더 많은 주장과 입증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죄사실 확정을 위해 공범 성립여부를 일부 판단했지만, 그 같은 판단은 공범과 관계에서 기속력도 확정 기판력도 없는 제한적이고 잠정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다”며 “공범이 실제로 형사 죄책의 의무를 지는지는 좀 더 많은 증거가 현출되고 검찰 공소유지와 피고인 방어권의 공평하게 행사되는 공범사건(정경심 재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검찰은 조씨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정 교수 재판에서 정 교수 혐의 입증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조씨 재판 결과를 토대로 사모펀드 관련 혐의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