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일선 중고교에 배포한 역사 계기교육자료가 편향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부분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와 교사 5명에게 집필을 맡긴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라는 약 190쪽 분량의 교재를 지난 25일 서울 전체 중고교 728곳에 배포했다. 수업 시간에 교사의 재량에 따라 자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교재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베트남 전쟁’에 관한 것이다. 교재는 “한국은 베트남 전쟁 중에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사과를 표명한 적이 없다”는 표현을 담았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사실로 전제한 셈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입증되지 않은 사안이라 정부 입장이나 교과서 등에는 민간인 ‘희생’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전쟁 생존자와 유족 103명이 1968년 ‘퐁니 마을 사건’에서 한국군에 의해 부상을 당했다며 청와대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국방부는 “한국군 전투 사료 등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 학살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고, 베트남 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파병 지원에 관한 부분은 참전 당사자들의 동기를 단편적으로 해석한 결과이며, ‘민간인 학살’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어 검인정 교과서에선 지양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역사교육 전공 교수는 “교재에 쓰인 표현들은 역사학계에서 아직 논란이 있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 쓰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검인정 역사 교과서에서 ‘일왕(日王)’으로 쓰는 용어를 해당 교재가 ‘천황(天皇)’으로 표기해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교재 제작을 담당한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측은 “이 자료는 동아시아 전쟁의 역사를 배우고 평화에 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며 “교과서에는 쓰이지 않더라도 학계에서 이미 통용되고 있는 사실들을 균형적으로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