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창원 NC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11회초 무사 1루에서 롯데 이대호가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린 뒤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창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잠잠하다가도 꼭 필요한 순간에 터뜨리는 한 방. 모두가 4번타자에게 바라는 모습이다. 4번타자가 깨어나면 팀 전체는 물론 관중석까지 떠들썩해진다.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가 구도부산을 다시 뜨겁게 달굴 채비를 마쳤다.
롯데는 6월 3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0-8로 이겨 시즌 23승23패를 기록, 일주일 만에 5할 승률을 회복했다. 아울러 올 시즌 첫 ‘낙동강 더비’ 라이벌전의 첫 단추도 깔끔하게 끼웠다. 당초 예고된 선발투수 노경은이 갑작스런 손목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불펜 데이로 상대 외국인 선수 마이크 라이트를 잡아 더욱 의미 있는 1승이었다.
시작과 끝 모두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팀이 3-4로 뒤진 7회초 1사 2·3루 찬스 볼카운트 2B-1S로 유리한 상황에서 NC 배재환의 4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8호 아치.
하지만 경기는 이대호의 바람대로 흐르지 않았다. 양 팀 모두 홈런포로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이어갔다. 결국 올 시즌 20번째 연장전 돌입. 이번에도 해결사는 이대호였다. 8-8로 팽팽히 맞선 연장 11회초 무사 1루, 이대호는 강윤구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뽑아냈다. 길었던 경기에 마침표를 찍는 한 방이었다. 롯데는 이날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인 11명의 투수를 쏟아부었는데 이대호의 홈런 덕에 명분을 챙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닫은 프로스포츠 관중의 빗장을 28일 풀었다. KBO도 30일 관련 매뉴얼을 발표하며 관중 입장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대호는 무관중으로 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6월초 “조용한 사직구장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사직구장은 시끌벅적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해 최하위였던 롯데는 이날 승리로 5할 승률을 맞추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호의 이러한 퍼포먼스라면 사직구장 관중석 문이 열리는 그날, 롯데 팬들이 밀려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음식 섭취도, 예전 같은 떼창도 어려운 환경이지만 야구를 직접 보는 것 자체에 대한 롯데 팬들의 갈증은 이미 임계점에 달했다.
롯데는, 그리고 이대호는 구도부산을 달굴 채비를 마쳤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