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하루 확진자 2000명… UAE서도 코로나 빠르게 번져
현지 근로자 10~20명씩 합숙… 한국인들과 식당 등 접촉 잦아
중소 협력업체는 방역 더 열악… 인도네시아 건설현장 1명 확진

30일 오전 대전 동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초등학생이 검사를 받고 있다. 대전=뉴스1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국에 비해 의료 및 방역체계가 열악한 데다 공동생활을 하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동지역을 다녀온 국내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해외 건설현장에서 현지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10∼20명씩 같은 방을 쓰면서 합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지의 한국인 간부 직원들은 1∼3인실을 사용하지만 식당이나 사무실 등에서 현지 외국인 근로자들과 마주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건설현장의 한국인 근로자도 현지 외국인 근로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됐다.
중동의 사막지역에 짓는 플랜트 공사현장에서는 컨테이너를 연결해 근로자들의 숙소를 만들기도 하는데 일반 건축물에 비해 환기가 어려운 것도 감염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현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숙소 시설 수준이 그나마 양호한 편”이라며 “하지만 대기업과 함께 현지에 진출하는 협력업체들의 사정은 열악하다”고 했다.
해외 건설현장 맞춤형 방역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5월에 국토교통부가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해외 건설현장 대응 가이드라인’을 건설업체에 배포했지만 국내 건설현장 방역지침과 별 차이가 없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해외 건설현장처럼 공동생활을 하는 근로자들은 집단 감염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해외 건설현장은) 의료 인프라도 열악한 경우가 많은 만큼 별도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이소정·김소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