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쉐프의 묵은지 화련’의 셰프 반상.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 저자
하지만 농가맛집은 일반 식당과는 다른 신기한 구석이 있었다. 한 번 왔던 손님이 또 다른 손님을 데리고 다시 방문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음식이나 마당의 나무그늘, 주인장의 소박한 표정 등 무언가에 자석처럼 끌리는 것 같았다.
‘농민쉐프의 묵은지 화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도 안심하며 찾아가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화련(華蓮)은 메뉴의 하나인 연밥이다.
한가로운 시간이라 주방도 분주하지 않다. 주인장이 수저로 감자껍질을 벗기는 것이 보였다. 칼로 깎을 때 감자껍질이 많이 깎여 나가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란다. 자식 키우듯 농사지은 감자 한 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허투루 손질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런 주인이 차려 온 음식은 진정 남달랐다. 아침마다 직접 만든다는 폭신한 순두부가 애피타이저다. 방금 전에 따온 산야초와 채소 샐러드에는 역시 직접 만든 딸기 효소액과 연근가루가 뿌려져 있다. 어수리잎과 초석잠잎 튀각, 새우젓호박나물, 보리풀이 들어간 호박고지나물 등 어떤 음식부터 젓가락을 대야 할지 마음이 분주해진다.
이 집의 상호에도 있는 대표 메뉴 묵은지 전골은 두부와 함께 뭉근한 불로 진득이 끓여야 제 맛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10년 된 묵은지를 사용한다. 오래되었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이만큼 오래 묵힐 수 있는 묵은지는 처음부터 좋은 재료로 제대로 담그고, 보관 또한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몇 년 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꾸준함과 성실함의 결실인 농사처럼 주은표 대표의 밥상은 반찬 하나도 절대 허투루 내놓는 법이 없다.
밥상을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즐겁게 읽었다. 닭은 마을 ○○아저씨가 키운 것이고 돼지갈비는 장날 사오는데 거래처 전화번호까지 당당히 쓰여 있다. 식당 역사가 20년이라니 농사를 지은 지는 더 오래전일 것이다. 밥상에 그 세월이 녹아있다.
○ 농민쉐프의 묵은지 화련=충북 진천군 덕산읍 이영남로 73, 묵은지갈비전골(소) 3만2000원∼, 셰프 반상(1인) 3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