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년.
영국 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는 거부 수집가나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술가 중 한 사람이다. 2004년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븐 코언은 허스트의 방부액에 절인 상어 작품을 800만 달러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동물 사체 이용에 대한 비난과 논쟁이 컸지만 이 작품으로 허스트는 39세에 작품 값 100억 원대의 스타 작가가 됐다.
2007년 런던 개인전에 선보인 그의 신작은 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백금 주물로 뜬 사람 두개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메멘토 모리’ 조각이었다. 이마의 다이아몬드는 무려 52캐럿짜리였다. 실제 해골과 고가의 다이아몬드가 작품 재료로 사용된 것도 논란거리였지만 5000만 파운드(약 980억 원)라는 가격이 더 화제였다.
투자의 귀재들은 미술로서의 상어나 해골의 가치보다 허스트라는 브랜드를 믿고 투자했을 것이다. 허스트는 그들의 관심과 돈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의 귀재인 것이다. 4600억 원의 자산가가 된 그는 여느 부호들처럼 미술품 수집에도 열정적이다. 2015년 런던에 자신의 갤러리까지 연 허스트의 소장품은 현재 3000점이 넘는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