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일환… 빛-소리 전시 미술관으로 재탄생 단절됐던 홍제천 산책길도 복원 1970년 지은 국내 첫 주상복합… 남침대비 대전차 방호기지 역할도
50년 세월의 흔적, ‘홍제유연’ 첫 공개 홍제천과 내부순환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유진상가’의 지하 하천길 ‘홍제유연’이 1일 처음 공개됐다. 개막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설치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42개 콘크리트 기둥에 빛을 비춰 만든 이 작품의 이름은 ‘온기’로, ‘라이트 아트(Light Art)’의 일종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50년 만에 유진상가 아래 하천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복개돼 있던 하천길 250m 구간을 ‘공공 미술관’으로 만들어 1일 처음 공개했다. 길의 이름은 ‘홍제유연(弘濟流緣)’.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홍제천 산책로를 거니는 시민들에게 예술적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홍제유연은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중 하나다. 박재은 서울시 문화본부 주무관은 “한국의 현대사를 안고 있는 유진상가를 보존·기억함과 동시에 빗물의 통로로만 쓰였던 하부 공간을 시민들에게 예술 공간으로 돌려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조성 사업을 시작해 6개월 만에 작품 설치를 완료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장이 수개월 미뤄지기도 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홍제유연’은 닫힌 실내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는 예술 분야 중 하나”라고 했다. 서대문구는 10월까지 홍은사거리 옆 세검정로와 홍제유연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 시민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홍제유연’을 장식한 작품들은 빛, 소리, 색 등 이른바 ‘비(非)물질’로 구성된다. 작품 대부분이 공간을 차지하는 ‘고체’가 아니어서 하천 길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게 됐다. 100여 개의 콘크리트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설치미술, 조명예술, 미디어아트, 사운드아트 등 8개 작품이 전시된다. 전업작가의 작품 말고도 1000여 명의 시민이 직접 참여한 ‘메시지 영상 벽화’도 전시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분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공간을 채울 예술작품을 고르는 데에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유진상가 아래 하천길 ‘홍제유연’은 이날 오후 2시 점등을 시작으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동안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