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사장 수신료 인상안 내놔… 노조 “무능경영 감추기” 반발 편파 방송 논란으로 무산됐던 카드 최근엔 수신료-전기료 분리 운동도
KBS © 뉴스1
경영난을 겪고 있는 KBS가 전체 수입에서 수신료 비중을 현행 46%에서 70%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최소 1000원 이상 올려야 한다.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직원조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포함한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KBS가 명실상부한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 재원이 전체 재원의 70% 이상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KBS에 따르면 지난해 KBS가 받은 수신료는 6705억 원이었다. 전체 재원의 46% 규모다.
지난해 기준으로 1조4566억 원인 KBS의 전체 재원에서 수신료 비중을 70%로 늘린다면 약 1조200억 원을 걷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수신료 수입 6705억 원의 약 1.5배로, 산술적으로는 수신료를 납부하는 현 가구 수의 변동이 없다면 수신료를 월 3750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양 사장은 “하반기에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직무 재설계, 인사제도 개선 등 KBS 경영혁신안은 전임 사장들도 내걸었던 것”이라며 “경쟁력 악화로 광고 수익이 급감하자 결국 수신료 인상에 기대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사장은 현재 5300여 명의 직원을 앞으로 4년간 1000명 이상 감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연간 전체 비용의 35%를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을 2023년까지 30% 이하로 낮추겠다는 얘기다. 양 사장은 “2023년까지 자연 퇴직하는 인원이 900여 명이면 100명 정도 추가 감원이라고 간단히 생각할 수 있지만 신규 채용을 유지하면서 4년 동안 1000명을 줄이려면 상당한 규모의 추가적인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KBS는 감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별명예퇴직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성과급제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기 인사평가에서 성과가 3번 이상 일정 기준보다 낮게 나올 경우 해고하는 삼진아웃 제도도 실효성 있게 운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양 사장과 임원진은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KBS 노동조합(1노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양 사장과 경영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미디어 환경 악화를 핑계로 2년 넘게 이어온 무능 경영을 감추고 있다”며 “이번 대규모 감원은 고용을 위협하는 최악의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