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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손’ 한국 Z세대

입력 | 2020-07-02 03:00:00

1000원 아끼려 ‘깨알 비교’하지만 100만원대 운동화에는 지갑 척척
맥킨지, 亞 6개국 분석




고등학생 나모 양(17)은 용돈을 아껴 모아서 지난달 8만 원대 샤넬 쿠션을 온라인 주문했다. 같은 반 친한 친구 생일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도 고가의 명품 브랜드 화장품이나 액세서리를 들고 다니거나 선물로 주고받는 경우가 흔하다. 나 양은 “명품 패딩 유행은 벌써 지나갔고 한동안은 구찌 지갑이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나 양과 친구들은 이런 소비를 두고 ‘고딩 플렉스’라고 한다.

‘플렉스(flex·과시한다는 뜻의 Z세대 은어)’는 요즘 Z세대(1996∼2012년생)의 정수를 이루는 유행어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으로 ‘깨알같이’ 가격, 품질을 비교해가며 소비를 하지만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고급 브랜드는 척척 지른다. 한국 시장에 ‘작지만 큰손’이 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한국 2576명을 포함한 아시아 6개국 1만6000명의 Z세대, 밀레니얼세대(1980∼1995년생), X세대(1965∼1979년생)를 비교한 결과를 1일 공개했다. Z세대는 2025년 기준 한국 인구의 1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등학생, 대학생이 주축인 한국의 Z세대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진정한 디지털 세대다.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8%에 이른다. 하루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시간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조사 대상국 중 나머지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태국과 비교하면 한국 Z세대의 ‘플렉스’ 특징은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의 Z세대는 맥킨지가 분류한 6가지 소비자 유형 중 쇼핑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고급 브랜드에 민감한 ‘프리미엄 쇼퍼홀릭’ 비중이 28%로 중국(23%), 일본(21%) 등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나머지 5개국 Z세대가 유행 브랜드를 좇긴 하지만 실제 쇼핑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브랜드 추종자’ 비율이 높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국의 Z세대의 또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가치 소비’였다. 한국 Z세대는 윤리적 소비를 한다는 비율이 26%로 아시아 6개국 평균(20%)보다 높았다. 환경 등 각종 가치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기업 혹은 제품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난 반일 불매, ‘BLM(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해시태그 운동에 1020세대 다수가 참여한 것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맥킨지는 “한 자녀 비율이 높아져 구매력이 커지고 소셜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Z세대는 까다롭게 소비 대상을 선택하며, 충성도도 높지 않다. 이들을 끌어오려면 기존의 상품 위주 광고보다는 진정성과 설득력이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