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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괌 날아온 美공수부대 ‘어디든 출격’ 메시지

입력 | 2020-07-02 03:00:00

알래스카서 9시간 만에 도착… 낙하산 착륙후 표적 장악 훈련
필리핀해 항모전단 훈련 이어 北-中에 군사적 우위 과시 분석




괌 상공서 강하훈련하는 美 최정예 전투부대 지난달 30일 미국 육군 25보병사단 제4전투여단 소속 공수부대원 400여 명이 괌 기지 상공에서 긴급 강하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은 C-17 대형 수송기를 타고 알래스카 엘먼도프 기지를 출발한 지 9시간여 만에 괌 기지 상공에 도착했다. 사진 출처 미 육군 홈페이지

미 육군이 본토에 주둔 중인 공수부대를 9∼10시간 만에 괌 기지에 대규모로 긴급 전개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핵(B-52)·재래식(B-1B) 전략폭격기의 괌·알래스카 전진 배치와 한반도 인근 필리핀해에서 2개의 항모타격단 합동훈련에 이어 미국이 북한과 중국에 역내 전략적 우세를 과시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1일 미 인도태평양육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새벽 알래스카 엘먼도프 공군기지에서 미 육군 25보병사단 제4전투여단 소속 공수부대원 400여 명이 완전무장 상태로 C-17(글로브마스터) 대형 수송기 4대에 나눠 타고 기지를 출발했다.

이후 수송기들이 9∼10시간을 날아 약 7600km 떨어진 괌 앤더슨 기지 상공에 도착하자 부대원들은 일제히 강하훈련을 실시했다고 미 육군은 전했다. 지상에 착륙한 부대원들이 가상의 적 시설과 표적을 장악하는 등 점령지 안전을 확보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핵심 거점인 괌 기지에서 이처럼 대규모 강하훈련이 실시된 것은 처음인 걸로 알려졌다. 괌 기지에는 미 전략자산인 B-1B 폭격기가 배치돼 있다. 미 육군 관계자는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 임무 완수 태세를 점검하는 차원”이라며 “이번 훈련을 통해 (공수부대가) 인도태평양사 작전 지역의 어느 곳이든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미 육군은 이번 훈련이 역내에서 진행 중인 연합훈련의 일환이라면서 특정 국가를 겨냥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힘의 과시’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미를 겨냥한 북한의 도발 등 한반도 유사시 또는 중국과의 남중국해 무력충돌과 같은 위기 상황을 상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북-중 양국이 초래할 수 있는 동북아 위기 사태 시 대규모 최정예 공수부대를 최단 시간에 역내에 투입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더 의미심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훈련 시나리오를 한반도에 적용할 경우 북한의 전면 도발 등 위기 사태 시 알래스카에서 약 6시간이면 대규모 미 공수부대가 한반도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괌 강하훈련에 참여한 미 25사단 제4전투여단은 인도태평양사에 배치된 유일한 미 육군 공수여단이자 최정예 전투부대로 평가된다. 이 부대는 평소에도 알래스카 일대에서 가상의 적 시설에 대한 공중강습훈련을 자주 실시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다른 공수여단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비롯해 지휘부와 주요 군 기지 등 핵심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장악하는 내용도 (훈련 내용에) 포함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