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비청소년문학상 ‘유원’의 백온유 작가 “화재사건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트라우마와 자책감 사이 방황 충분히 자기혐오에 빠질 수 있어… 함부로 청소년 대하지 마시길”
트라우마를 가진 청소년의 성장기를 그려낸 백온유 작가. 창비 제공
올해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유원’(사진)은 교우관계와 입시에 치이는 것만으로도 한창 예민할 사춘기의 소녀가 잊을 수 없는 그날의 트라우마와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특별한 성장기를 응집력 있게 그려낸다.
1일 전화로 만난 작가 백온유 씨(27)는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미워하면서도 같이 가야 하는 존재가 누구에게나 한 명쯤 있을 것 같다”며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대외적으로는 의인으로 알려진 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소설이 출발했다”고 말했다. 소설에선 그런 존재가 유원을 얼결에 구하다 불구가 된 트럭 기사 아저씨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관계의 모순과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10대 특유의 예민한 심리 변화를 잘 포착한다. 그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다 보면 혼자 비뚤어지고 오해하고 자기혐오가 깊어지는 일들이 그 시기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그러니 너무 자책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 씨는 등단도 장편동화로 했다. “딱히 성장소설을 염두에 두고 쓴 적은 없지만 소재가 떠올랐을 때 거기에 맞는 이상적인 주인공이 그 연령대 아이들이어야 가장 잘 어울렸다”고 설명한다.
“어릴 때 느끼는 억울함이나 서러움은 오히려 컸을 때보다도 더 깊고 클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나 청소년이라고 절대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걸 꼭 한 번 말해보고 싶었어요. 흔히들 ‘아들은 아빠처럼 산다’고 하는데 어떤 아이에겐 너무 큰 좌절과 상처가 될 수 있는 말 아닌가요?”
1990년대 생인 작가에겐 아직 어른의 세계보다 청소년의 세계가 심리적으로 더 가깝기도 하단다. 이금이 구병모 손원평 등의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었고, 그래픽노블도 좋아한다. 그는 “공교롭게도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도 청소년기에 해야 할 이야기들”이라며 “감각을 많이 열어두고 그 시기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