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단 3점만 온전하게 남아있는 고려시대 나전칠기 1점이 일본에서 귀환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에 일본에서 들여온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나전합’)을 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에 들어온 나전합은 고려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이다. 모자합(母子盒,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자합(子盒) 중 하나로 전 세계에 단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고려 나전칠기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합 형태의 나전합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환수는 의미가 크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환수된 ‘나전합’은 길이 10㎝ 남짓에 무게는 50g의 크기다. 영롱하게 빛나는 전복패와 온화한 색감의 대모(玳瑁, 바다거북 등껍질), 금속선을 이용한 치밀한 장식 등 고려 나전칠기 특유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뚜껑과 몸체에 반복되는 주요 무늬는 국화와 넝쿨무늬다. 손끝으로 집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게 오려진 나전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배치되며 유려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뚜껑 가운데의 큰 꽃무늬와 국화의 꽃술에는 고려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인 대모복채법이 사용됐다. 이는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를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 안쪽에 안료를 칠해 앞면에 비쳐보이도록 하는 기법이다.
고려 나전칠기는 고려 중기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에 ‘극히 정교하고 솜씨가 세밀해 가히 귀하다’라는 찬사를 받는 등 고려청자·고려불화와 함께 고려의 미의식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다.
문화재청은 유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제작방식과 사용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교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난 1∼3월 국립문화재연구소를 통해 이번 유물의 비파괴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나전합은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과 재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나무로 모양을 잡은 뒤 그 위에 천을 바르고 옻칠을 한 목심칠기라는 점 ▲판재 안쪽 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넣고 부드럽게 꺾어 곡선형의 몸체를 만든 점 ▲몸체는 바닥판과 상판을 만든 후에 측벽을 붙여 제작된 점 등이 확인됐다.
한편 이번에 환수한 나전합은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에서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이번에 환수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돼 오는 12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에서 14년 만에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또 보고서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활용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성공 사례를 계기로 앞으로도 중요문화재 발굴·환수에 힘쓰고,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망을 구축하여 환수부터 연구·전시 등 활용까지 유기적으로 진행해 우리 국민의 소중한 문화유산의 체험 기회를 확대하고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