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요양병원·시설 제한적 ‘비접촉 면회’ 허용
“그동안 왜 안 왔어? 이젠 나 안 보러오는 거야?”
“아니야, 엄마. 밖에 전염병이 돌아서 허락을 못 받았어. 늦게 와서 미안해.”
2일 오후 서울 강동구에 있는 A요양병원. 4개월 만에 만난 모녀는 애틋하다 못해 애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돼 딸은 오랫동안 90대 노모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모녀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밀렸던 회포를 풀었다. 딸을 면회를 마치고 나오며 “어머니가 혹시 버려졌다고 생각하실까봐 마음을 졸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면화가 재개되긴 했지만 일부 어르신들은 지침을 몰라 답답해하기도 했다. A요양병원 면회실에서 가족을 만난 조모 씨(84)는 유리벽 바깥에만 머무는 가족들에게 연신 “문을 열고 들어오라. 왜 가까이 오질 않느냐”며 속상해했다. 결국 참다못한 아들이 “얼굴이라도 보여 드리겠다”며 마스크를 벗으려 하자 병원 직원들이 부리나케 말리는 상황도 벌어졌다.
1일 오전 울산에 있는 B요양병원은 야외 정자에 비닐막을 설치하고 면회를 진행했다. 이동 침대에 누운 상태로 면회 장소로 온 한 80대 노모는 딸을 만지고 싶어 힘겹게 손을 내밀었지만 비닐 막에 가로막혔다. 병원 관계자는 “평소 체력이 약해 눈도 잘 못 뜨시다가 가족이 왔다고 좋아했는데, 딸의 손 한 번 못 잡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바로 옆에선 지난주 생신을 맞은 80대 할머니의 생일잔치가 열리기도 했다. 손자를 포함해 가족 20여 명이 병원을 찾았지만, 면회 인원은 최대 5명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은 면회시간 15분을 쪼개 돌아가며 들어와 축하를 건넸다. 요양병원 측은 “한 환자 당 면회 인원은 물론 병원 전체의 1일 면회 인원도 제한돼 있다”며 “문의 전화가 수십 통씩 오는데 모두 예약을 해드리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창욱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이 가족과 장기간 만나지 못하면 우울감과 불안증, 외로움이 심해질 수 있다”며 “감염의 위험성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최대한 면회가 가능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