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자녀 모르게 판 상가 사망전 1년 이내에 2억 이상, 2년 이내에 5억 이상인 경우 처분 자금 용도 불분명하면 과세… 납세자가 용도 입증 땐 대상 제외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8억3542만 원이다. 서울 강남구로 한정하면 중위가격은 16억 원을 넘는다. 부모님이 서울 내에서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면 상속세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상속세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48세 직장인 A 씨는 2년 전 부친상을 치렀다. 서울 동대문의 재래시장에서 원단가게를 운영하던 부친은 말년에 가게를 정리하고 여행을 다니다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으로 돌아가셨다. 장례 후 가족들과 함께 예금 등 재산을 분배하고 상속 신고도 마쳤다. 부친 명의의 아파트는 A 씨가 물려받고, 다른 재산은 형제들 명의로 나눴다.
재산의 종류별(①현금·예금 및 유가증권 인출 ②부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권리 처분 ③그 외의 재산처분 ④채무부담액)로 돌아가시기 전 1년 이내에 각 금액이 2억 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에 5억 원 이상인 경우, 인출·처분 재산의 사용처가 불분명할 때는 이를 상속 대상으로 본다. 이 규정을 상속재산의 추정이라고 한다. 추정의 의미는 반대로 납세자가 해당 자금의 사용처를 입증할 경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 씨의 형제들은 평소 재산 내역에 대해 부친께 자세히 여쭤보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상속재산에 대한 욕심으로 비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하시던 중에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었다. 결국 통장에 남아 있던 자금 2억 원과 양도세 납부액 등을 제외한 2억6000만 원의 사용처를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인출·처분 금액의 20%(1억4000만 원)와 2억 원 중에서 적은 금액은 공제해주기 때문에 A 씨 등 상속인들은 1억2000만 원을 더 상속받은 것으로 인정돼 상속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됐다.
이처럼 상속추정 규정은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다. 상속과 관련해 부모 자식 간에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녀들보다 부모가 먼저 말년의 재산 정리와 상속 준비를 하는 것이다. 수시로 자녀들에게 이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잘 물려주는 것도 재산을 잘 형성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