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 집행부와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가 다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월 3일 미국 대선 전에 또 한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열도록 중재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어제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1년 넘게 멈춰선 북-미 대화를 어떻게든 되살려보겠다는 것이지만 당장 그 실현 가능성부터 매우 낮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측도 공감하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정상회담은 어렵다며 선거 악재 관리 차원의 ‘대화 재개’ 립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그간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며 대화를 거부해온 북한도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선 이후를 저울질하기에 바쁜 듯하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 대선 막판의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처럼 돌발적으로 성사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저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패색이 짙어지면 뭔가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커지는 내부 불만을 잠재울 대외 도발로 정상 간 담판 이벤트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회담이 열린들 북-미 정상의 낯내기일 뿐 정작 비핵화에는 어떤 진전도 없는 ‘쇼’가 될 수밖에 없다.
흔히 외교를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한다지만, 마치 도박이라도 하듯 확률 낮은 요행수에 거는 정부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 나아가 그것이 북-미 정상의 즉흥적 이벤트 성사를 위해 바람을 잡는 식이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그러니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지겠다기보다는 어떤 과정이 됐든 일단 한발 걸쳐 놓고 보겠다는 무책임으로 비친다. 지금은 허울뿐인 ‘한반도 운전석’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어디로든 운전해 가야 한다는 강박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