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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 마두로 “우리 금 돌려줘” vs 英 “대통령 아냐, 못 줘”

입력 | 2020-07-03 10:53:00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영국 중앙은행으로부터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상당의 금을 인출하려 했으나 좌절됐다. 영국 법원이 베네수엘라의 헌법상 대통령은 마두로가 아니라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이날 “영국 정부는 야당 지도자인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마두로 대통령에게 금을 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 5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위탁 보관 중인 금을 인출하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영란은행은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 소유의 금을 위탁 보관하고 있는데 2018년부터 베네수엘라 정부의 금 인출 요구를 거부해왔다. 영국 정부가 2018년 대선에서 마두로가 당선된 것은 부정선거이고 무효라면서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이도 의장은 베네수엘라의 자원이 부패한 독재정권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금 인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저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무너진 경제를 살리려던 마두로 대통령이 이번 판결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정부는 인출한 금을 유엔개발계획(UNDP)을 거쳐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료장비와 의약품, 식량 등을 구입하는 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정권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측 대리인인 사로쉬 자이왈라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현장의 실제 상황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며 “마두로 정부는 베네수엘라와 행정기관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