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미래/로렌스 프리드먼 지음·조행복 옮김/560쪽·2만8000원·비즈니스북스
핵무장 시대가 열린 뒤 초강대국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줄었지만 종교나 자원 갈등이 국지전을 넘어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 출처 Pixabay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이전 유럽의 전쟁은 하루가 넘지 않는 전투 하나씩의 승패에 좌우되었다. 패배한 쪽은 바로 강화에 응했다. 전쟁이 ‘남자에게 인격 도야의 장’으로 치부되던 시대였다.
1898년 폴란드인 블로흐는 ‘미래의 전쟁에서 삽은 총만큼이나 없어선 안 될 물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은 제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의 참호전으로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그 전망은 들어맞지 않았다. 1940년 독일군의 대승은 육상 진군이라는 고전적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의 양상은 1935년 독일 장군 루덴도르프가 ‘승리는 정신으로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 대로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총력전이었다.
웰스는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원자폭탄도 먼저 내다봤다. 그는 1914년 쓴 ‘세상의 해방’에서 원자폭탄이 대도시 200개를 파괴한 뒤 인류가 전쟁을 영원히 포기하는 세상을 상상했다. 그러나 이후 아랍,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서 전쟁은 이어졌다.
인류의 파멸을 우려하게 했던 동서 대결은 소련의 자연 소멸로 끝났지만 다른 전쟁의 양상이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의 토착민들이 초강대국에 맞서 싸웠고 정복자는 괴로움에 시달렸다. 반군의 목표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적이 인내심과 지역민의 신뢰를 잃게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전쟁은? 저자는 일관되게 ‘전쟁의 미래 예측은 어려우며 성과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여러 전망이 이후의 전쟁에 영향을 미쳤지만 ‘맞혔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미래의 전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계의 해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전쟁과 평화, 군대와 민간, 정규군과 비정규군, 국가와 비국가 집단, 정의와 범죄 사이 경계의 해체다. 심지어 한 쪽의 승리나 종식도 정의하기 힘든 ‘미지근한’ 전쟁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