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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실패한 대북정책 답습 우려 키우는 외교안보라인 인사

입력 | 2020-07-04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는 서훈 국정원장이 임명됐고, 정의용 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외교안보특보로 임명할 예정이다.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범여권의 모든 대북 인적 자원을 투입해 대북정책에 다걸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외교안보라인 개편은 북핵 및 안보정책의 새로운 접근법보다는 기존의 대북정책 방향에 더 액셀을 밟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서 원장, 정 실장 등의 자리 교체로 무늬만 바꾼 재기용은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민족해방(NL)파’로 통하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 출신인 이 의원이 통일부 장관을 맡으면 북한에 쓴소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박 전 의원을 국정원장에 내정한 데 대해 청와대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으며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 전 의원은 대북송금 의혹이 제기됐을 때 “단돈 1달러도 보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현대 측에 대북 송금을 요청하고 4억5000만 달러 불법 송금에 관여한 것이 드러나 2004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인물이 국가 안보와 기밀정보를 책임지는 자리에 적임인지 논란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중재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에도 한미 관계를 제대로 다뤘던 이가 보이지 않는다.

이 정부 3년간의 대북정책 결과 북한 비핵화 논의 자체가 실종됐고 북한의 대남 막말과 도발 양상은 갈수록 악성으로 치달아온 게 현실이다. 한미동맹과 대북제재 공조 강화로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야 하는 기본 방향을 무시한 채 이벤트성 대화와 만남에만 치중한 결과다. 현실은 대북정책의 방향과 사람을 모두 바꾸라고 요구하는데도 결국 기존 정책 기조의 강화를 택했다. 대통령의 대북 인식에는 변화가 없고 인적 쇄신 의지도 찾기 어렵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이뤄지는 외교안보라인 인사는 그 자체로 남북미 모두에 던지는 메시지다. 코드 중심의 인사로는 비핵화를 통한 진정한 남북 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