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전국적으로 도시 숲 조성 소식이 발표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법도 속속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 숲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도시 숲은 미세먼지를 저감할 뿐 아니라 여름 한낮의 평균기온을 3∼7도 낮춰 도심 열섬 현상을 줄일 수 있고 소음 저감이나 대기 정화에도 효과가 있다.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지만 정작 도시엔 숲이 부족한 국내 사정도 도시 숲 건설의 필요성을 더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인당 도시 숲 권고 기준은 9.0m²이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집중된 서울은 4.38m², 경기 7.69m², 인천 8.23m² 등으로 수도권은 1인당 도시 숲 권고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상황이다. 기초자치단체 중 최하위인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에는 겨우 0.86m²에 불과하다. 뉴욕 23m², 런던 27m², 파리 13m² 등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도시 숲 확충의 필요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하지만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도시에 숲을 늘린다는 것은 도시의 비싼 땅값과 한정된 공간의 벽에 부딪힌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년간 쌓은 기상 데이터와 공기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물 생장의 최적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어렵게 만든 도시 숲이 효과와 효율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보석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또한 도시 숲 건설과 관리를 위해 쌓은 데이터는 도시 숲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티의 기본 데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고, 이는 도시 전체에 산재한 크고 작은 도시 숲과 산지, 하천을 아우르는 도시의 숨길, 즉 ‘그린 네트워크’로 발전될 수 있다.
그린 네트워크는 숲이 크고 울창해야 한다는 기존 상식을 깨고 도시 그 자체로서 살아 숨쉬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과 비용의 효율적 관리가 필요한 미래 도시에는 필수적인 길이 될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그린 네트워크가 도시 내에서 또 하나의 생태계로 자리 잡아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공존 모델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