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9년 9월 열린 베를린마라톤에서 질주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 제공.
요즘 안 대표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마스터스마라토너’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 기간 전남 여수에서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435km 국토 종주 레이스하며 선거운동을 한 뒤 전국의 마라톤 동호회가 그를 초청해 달리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국토종단을 한 뒤 발톱에 피멍이 드는 등 부상을 입어 의사가 한 달 정도 달리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5월 중순부터 다시 달렸는데 전국의 동호회에서 ‘함께 달리자’는 요청이 쇄도했어요. 한 달 전부터 매주 토요일 지방으로 달리러 갑니다.”
피니시라인을 일찌감치 통과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5년 여름휴가 때였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던 딸이 새벽에 달리러 나간다기에 따라 나섰죠. 100m도 못 가서 숨을 헐떡였습니다. 그날 딸의 운동에는 방해가 됐는데 제겐 달리기를 하게 된 계기가 됐죠.”
5km 정도를 취미삼아 달리던 안 대표는 2018년 9월 독일 뮌헨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집 근처에 한바퀴에 5km인 베스트파크라는 곳이 있었어요. 아내와 함께 매일 달렸어요”라고 했다. 한 달 뒤 뮌헨마라톤에서 10km를 완주한 그는 지난해 4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시티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그리고 7월 독일 퓌센 마라톤에서 풀코스 데뷔전을 치렀다. 10km와 하프코스, 풀코스 데뷔전을 모두 부인 김 교수와 함께 했다. 안 대표는 김 교수가 학교로 돌아간 뒤 지난해 9월 베를린마라톤에서 3시간 46분 14초로 완주하며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50대 후반에 마스터스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세운 기록으론 수준급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4일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마스터스마라토너’ 김영아 씨와 함께 달리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부인 김미경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달리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달릴 때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본질만 남아요. 평상시 과거의 일을 후회하거나 가까운 미래를 걱정한다면 달릴 땐 오로지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달릴 때 현재를 사는 것입니다.”
안 대표는 마라톤을 통해 많이 배운다고 했다. 지난해 출간한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란 책에서 정치가로서 역경이 많았지만 달리면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매번 출발선에 서는 일은 내면의 게으름과의 싸움이었고, 불안함과의 사투였고, 몸과 마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달리기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며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이끌어주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양종구 기자가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한국마라톤TV 제공
‘의사’ 안철수가 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결국 백신이 나와야 극복이 됩니다. 보통 백신 개발엔 5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총동원해 힘을 합쳐 개발하고 있어 1년 반 정도로 단축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세계 77억 명 분을 생산해 각국에 배분해 모든 사람들에게 투약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 때까지 관리를 잘 하면서 가야 합니다. 힘들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슬기로운 거리두기 생활이 필요합니다.”
이날 공원사랑마라톤대회를 처음 달려본 안 대표는 “한꺼번에 출발하지 않고 새벽부터 뛰고 싶은 시간에 개별적으로 참석해 달리는 대회 방식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는 대회”라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