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무장지대(DMZ) 북한군 부대에서 복무 중 2017년 12월 귀순한 탈북자 노철민씨(20)가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북한군을 “돈만 있으면 뭐든 빠져나갈 수 있는 무법지대”라고 표현하며 군내 만연한 부패를 폭로했다.
WSJ는 노 씨와 1년에 걸쳐 15시간가량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을 이날 보도했다. 노 씨는 국내 언론에 일부 소개된 바 있지만 서구 언론과 인터뷰는 처음이다.
WSJ에 따르면 2017년 9월 DMZ 최전선 부대에 배치된 노 씨는 훈련 첫 날부터 동료들이 상관에게 뇌물을 주고 훈련을 하지 않는 모습에 놀랐다. 그는 상관이 ‘진급하고 싶지 않느냐’며 자신에게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뇌물을 바친 동료들은 충분한 음식과 따뜻한 옷을 받고 매주 가족들과 통화도 할 수 있었던 반면, 근무시간 대부분 보초를 선 노 씨는 가족들과 한번도 통화를 하지 못했다. 상관들은 그런 노 씨에게 2분간 전화를 할 돈을 꿔주며 부모에게 돈을 달라고 말하라고 압박했다. 또 장교들은 ‘2시간 내로 사마귀 알 100개를 찾아서 가져오라’는 달성하기 어려운 임무를 주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약재로 쓰이는 사마귀 알을 장에 팔아 사익을 취했다고 노씨는 설명했다.
탈북 전 노 씨는 북한군의 DMZ 경계초소에 걸려있는 남한군의 사진을 보며 ‘저들의 삶은 다를까’ 생각했다고 했다. 이후 그는 부대에 배치된 지 3개월 만인 2017년 12월 DMZ를 넘어 탈북했다. 쌀과자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상관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한 것이 주요한 계기가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