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광안리 해수욕장을 방문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피서객들.2020.7.5 © 뉴스1
“응원가 크게 부르는 분께 응원도구 선물 드립니다!”
3일 오전 4시경 서울 마포구의 한 스포츠 펍(pub)에서 사장의 말에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66㎡ 남짓한 공간에 모인 80여 명은 대형 스크린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중계를 보며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 갈수록 느슨해지는 거리 두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관중’ 스포츠 경기가 계속되면서 최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단체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 펍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동아일보가 3일 새벽부터 4일 밤까지 서울 마포구와 송파구 일대 스포츠 펍 5곳을 둘러본 결과 방역수칙은 현장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역수칙을 소홀히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지원을 받는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5, 26일 강원도의 한 호텔에서 단체로 걸그룹 공연을 즐기며 술을 마신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 회원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나와 어깨동무를 하며 유흥을 즐겼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자가격리 중 무단으로 해외에 다녀오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7일 미국에서 입국한 정모 씨(23·여)는 자가격리 기간인 나흘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27일 재입국했으나 출입국 과정에서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강남구는 뒤늦게 4일 정 씨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월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감염병예방법 위반자 1071명 중 492명이 기소 송치됐다. 일부러 반복해서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해 구속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5월 26일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수사를 받은 경우도 110건에 이른다.
● 다시 켜진 ‘2차 유행’ 위험 신호
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지면서 지역 감염 환자 수는 여전히 하루 3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2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46.9명이고 이 중 31.1명이 지역사회 환자였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의 비율은 앞선 2주보다 0.8%포인트 상승해 10.7%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상향 기준(10% 이상)을 넘긴 것. 방역망 내 관리비율은 지난 2주간과 마찬가지로 80% 미만을 기록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방역 감수성’이 사람마다 달라 큰 집단감염이 터지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고 본다”며 “거리 두기 단계의 기준을 더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